김중웅 < 현대경제사회연구원 원장 >

정보화 파고속에 세계경제 시스템은 구질서가 붕괴되고 새로운 사이버경제
체제를 준비해야 하는 힘겨운 혁명기의 와중에 있다.

사이버 경제란 글로벌한 정보 네트워크 공간에서 "사이버 머니(전자화폐)"
에 의해 실물경제를 초월하여 광속으로 전개되는 머니 경제이다.

이 혁명의 도화선은 물론 기존 화폐의 "사망선고"를 의미하는 전자화폐의
등장에서 비롯되었다.

근대 산업사회에서 혈액과 같았던 화폐의 본원적 기능이 약화된다는 것은
기존 사회경제 시스템의 붕괴로 직결된다.

국경을 전제한 국민.국가경제의 개념은 이제 글로벌하게 급속히 전개되는
사이버경제 혁명 앞에서는 그저 공허할 뿐이다.

현재 미국의 전금융거래 중 4.5%만이 전자화폐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지만,
향후 2000년에는 20%로 높아질 것이 예상된다.

아직은 전자화폐가 국가 발행 화폐를 보조하는 단계이지만 이제 전자화폐가
국가 발행 화폐를 착실히 대체해 나간다는 사실이 분명해졌다.

특히 최근 파생금융상품의 등장으로 인한 실물 경제와 금융 경제의 엄청난
괴리 현상, 금리가 통화 가치를 결정하는 새로운 국면으로의 진입 등은
사이버 경제 혁명의 과도기적 현상으로 이해할수 있다.

그러나 사이버 경제에서는 정보의 소유권과 관련된 암호화 테크놀로지
문제, 전자화폐의 화폐적 기능에 관한 재정의 등 풀어야 할 많은 문제가
있다.

특히 전자화폐의 발행및 관리 등과 관련하여 근대국가의 존재 의미를
재검토해야 하는 과제가 있다.

전자화폐는 기존처럼 국가만이 발행.관리할수 있는 것이 아니라 개인까지도
사적인 화폐발행의 자유를 누릴수 있게 할지도 모른다.

따라서 기존 국가가 독점했던 화폐 발행권에의 도전은 1차적으로 새로운
통화 시스템의 구축을 의미하지만, 궁극적으로는 근대국가의 존립 근거가
무너지게 되는 것이다.

그러면 과연 국가를 초월한 사적인 화폐 발행 주체는 "누가" "어떻게"
관리할수 있는지, 거대한 사이버 경제 혁명 파고 앞에 우리는 더욱 혼란해질
뿐이다.

변화무쌍하게 전개되고 있는 사이버 경제에 대한 이해와 제도적인 수용
노력을 게을리한다면 우리는 세계 경제의 주도적 그룹에서 탈락할수 밖에
없을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2월 1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