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을 제외한 우리나라 전국토의 땅값이 95년1월1일 현재 1,638조3,000억
원(공시지가 기준)으로 밝혀졌다.

12일 국토개발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땅값은 94년 국민총생산(GNP)의 5.4배
로서 경제력에 비해 외국보다 지나치게 높다.

땅값의 적정 수준을 말해주는 이론은 없다.

땅은 재생산이 불가능한 것이어서 수요가 늘어나면 값이 올라가는건 당연한
일이라 할 수 있다.

그동안 경제개발 계획이 추진되면서 땅에 대한 수요가 크게 늘어나고
여기에 투기가 가세, 땅값은 천장 모르게 뛰었다.

선거철이 닥치면 개발공약이 무분별하게 쏟아져 나온 것도 땅값을 올리는데
한몫했다.

땅을 많이 가진자는 그만큼 재산증식을 많이 하게 됐고 그렇지 못한자는
상대적 박탈감을 맛보아야 했다.

너무 크게 뛴 땅값은 우리경제의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기에
이르렀고 최근 몇년간은 땅값 거품현상이 사그라드는 추세를 보였다.

부동산 투기가 극에 달했던 91년1월1일 현재 국토 전체의 땅값은 90년 GNP
의 9.1배였는데 지난해에는 5.4배로 줄었다.

지난 4년간 전국 땅값은 1.47% 상승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으나 실질적으로
땅값은 상당히 하락했다.

91년 당시 공시지가는 실제 가격의 60%를 반영했으나, 지금은 80% 수준까지
현실화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수준의 땅값 안정에 만족할 수는 없다.

91년 미국의 경우 전 국토의 땅값은 GNP의 0.8배, 일본은 4.8배였다.

일본은 95년 4.4분기중 도쿄와 인근 3개 도시의 상업용 부동산 가격이
전분기보다 4.8% 하락했고, 특히 도쿄의 상업용 부동산 가격은 가장 높은
수준이었던 91년초 이후 56%나 하락했다.

최근 일본의 땅값은 GNP의 3배를 약간 넘을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부동산에 관한 한 조금도 본받을 것이 없는 일본의 경우보다 우리의 땅값이
경제력에 비해 높다는 것은 최근 땅값 거품이 많이 걷혔다고 해도 앞으로
더 많이 걷혀야 한다는걸 말해준다.

전 국토의 땅값이 비싼 것도 문제지만 지역별 땅값 차이가 심하다는게
더욱 문제다.

국토 면적의 11.7%에 불과한 서울 인천 경기등 수도권의 총 땅값은 전국
땅값의 54.7%나 됐다.

국토의 균형발전을 꾀하겠다는 정부정책에도 불구하고 인구및 산업의
수도권 집중은 땅값상승을 부채질한 것이다.

우리나라 전체 땅값은 물론 서울을 비롯한 주요 지역의 땅값이 크게
떨어져야 우리경제의 경쟁력을 높일수 있다.

기업의 생산비용중 땅값이 차지하는 비용이 선진국에 비해 크게 높은
현실을 그대로 둔채 경쟁력을 강화하기란 원천적으로 어려운 일이다.

땅값 집값 상승은 부동산 소유자에겐 재산증식이 되겠지만 이는 생산의
결과로 얻어진 부가가치 증가가 아닌 누군가의 몫을 가로챈, 도박판에서의
판돈이전과 같은 것이다.

땅값 상승은 일반 서민과 근로자의 내집마련 꿈을 앗아간다.

땅값 상승과 수도권 과밀화를 막는 정책을 지속적으로 펼치는 한편 선거철
이면 나타나는 땅값 부추기는 선심성 공약 남발도 삼가야 한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2월 1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