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그룹의 우주항공산업 본격 참여는 이 그룹의 향후 경영방향을
가늠케 하는 동시에 업계 전체로는 완제기생산을 통해 국내항공산업을
조기에 선진화시키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1조2천억원의 투자규모도 그렇지만 동양최대의 우주항공생산기지를
세우겠다는 현대의 야심찬 우주항공산업 청사진은 정몽구회장체제가
들어서면서 예상됐던대로 미래산업에 대한 공격격영을 가시화했다는
점에서 주목을 모으고 있다.

현대가 우주항공산업분야중 일단 민수기제작사업에 주력키로 한 것은
방위산업의 성격이 강했던 기존 항공업계의 한계를 극복해보려는
사업방향으로 풀이된다.

이는 대한항공이 제공호와 UH-60헬기를, 삼성항공이 F-16기와 KTX-2
(고등훈련기)를, 대우중공업이 KTX-1(기초훈련기)를 각각 분담했던 것과
같은 "방산의존형"을 피하겠다는 것이어서 하나의 차별화전략으로 간주된다.

이들 업체들이 국책 사업물량에 의존하다 보니 후속사업이 끊길 염려
때문에 전전긍긍해온 고충을 후발 주자로서 피하겠다는 뜻이다.

정부나 업계가 현대의 우주항공산업진출에 반대보다는 환영을 하고
있는 것도 이같은 현대의 차별화 전략에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현대가 자력으로 항공기 기반기술과 인력을 확보해 준다면 방산수요라는
정책 지원없이도 항공산업의 선진화가 앞당겨질 수 있다"(이건우통상산업부
기초공업국장)는 시각이다.

항공우주산업진흥협회 곽병구부회장도 "완제기 생산단계를 앞당기기
위해 항공산업의 규모를 키워야 한다.

이런 점에서 현대의 본격 참여는 최근 한중중형기협상 지연등으로
침체된 항공업계에 활기를 불러일으켜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물론 빅3를 형성해온 삼성항공과 대우중공업 대한항공 등 기존업계는
현대라는 "막강한 경쟁자"를 맞았다는 점에서 일단 긴장하고 있는 눈치가
역력하다.

그러나 이들도 장기적으로는 현대의 항공산업 본격 참여로 오히려
산업기반과 시장규모를 확충시키는등 긍정적인 효과가 더욱 클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현대가 막강한 만큼 지난해 총매출액이 7천억원에 불과했던 국내
항공산업을 "막강하게" 도약시킬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 것으로
보고 있는 것.

실제로 현대의 항공부문 강화로 올해 당장 국내 항공산업의 총매출액과
투자액수가 각각 1조원을 넘어서고 종사인력도 지난해의 1만2백명수준에서
올핸 1만2천명수준으로 급신장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현대가 이미 수주한 MD-95기 주날개공급사업이 시작되는 오는
97년부터는 미펨코사의 항공기 개조사업과 함께 총 27억달러규모의
사업이 진행돼 매출이 급신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전자 소재 정밀기계 등 관련산업에 큰 기여를 할 것이라는
점도 분명하다.

그러나 현대의 본격 참여가 긍정적인 측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항공산업은 성장산업이긴 하나 대규모투자가 수반되고 투자회수기간이
길다는 단점 외에 자칫 업계의 과당경쟁과 중복투자를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아직 유치산업 단계인 국내 항공산업이 오히려 그 성장기반을
해칠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더구나 현대의 이번 항공부문 강화는 자동차 중공업 등 관련분야 업종을
가진 다른 대기업들의 참여를 자극할 수 있어 항공산업이 말 그대로
춘추전국시대를 맞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때문에 현대의 항공산업 본격 참여는 항공산업의 일원화를 통한
전문계열화를 주장하는 목소리를 더 한층 높일 가능성이 크다.

"영국의 BAe, 프랑스의 아에로스파시알, 독일의 DASA, 이탈리아의
알레니아, 스페인의 CASA 등도 모두 1국 1항공기사체제를 갖추고 있다"
(삼성항공 L상무)는 근거에서다.

이같은 일원화 의견은 이번 현대의 항공부문 강화로 일단 일정한
검증기간을 거쳐야하게 됐다.

현대가 이날 발표대로 곧 30인승 항공기를 독자 개발, 설계 제작하고
국내 항공산업발전에 획기적인 전기를 마련한다면 정부의 신규진입
자유화조치도 성공했다는 평가를 새로 얻을 것이다.

<심상민기자>

(한국경제신문 1996년 2월 1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