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strong company)에서 환경을 생각하는 좋은 기업(good company)으로''
''관리형 조직에서 하이브리드(혼성)형 조직으로''
삼성그룹은 14일 ''2005년의 경영환경변화와 그룹경영체제''라는 보고서를
통해 앞으로 10년후 경영패러다임은 이같이 바뀔 것이라고 예측했다.
삼성은 특히 과거 국내 대기업조직의 강점으로 통하던 <>관리형 조직
<>중앙집중식 경영체제 <>계열사간 상호지원시스템 등은 21세기적 경영환경
에선 오히려 성장의 저해요소가 될수 있다고 지적했다.
삼성그룹은 이에따라 21세기의 키워드로 "정보화" "기술혁명"
"메가 컴피티션(초 경쟁)" "인간과 환경"을 제시했다.
또 이같은 경영환경 변화는 세계적 기업간의 편가르기와 전략적
제휴를 더욱 활발히 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삼성은 그룹의 현 상황에 대해선 "메모리 반도체분야외에는 세계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제품과 기술개발이 취약하다"며 "소프트한 무형의
지적자산보다 하드한 고정자산의 비중이 높아 몸집이 무거운 것도
문제"라고 밝혔다.
특히 "현재와 같이 다각화된 사업구조가 21세기에도 여전히 강점으로
작용할지 여부는 미지수"라고 밝혀 현재 그룹내에서 경영시스템 개편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음을 시사했다.
"2005년 경영환경과 그룹 경영체제"라는 보고서를 통해 삼성은 최근
재계의 핫이슈로 부상한 "경영시스템"에 대해서도 근본적인 문제제기를
하고 있다.
문제의식은 크게 세가지로 요약된다.
우선 21세기엔 과거나 현재의 잣대로는 예측 불가능한 경영환경이
조성된다는 것.
삼성은 이를 "패러다임(분석틀)역전의 시대" "단절과 전이적 변화의
시대"로 정의한다.
이는 궁극적으로 기술주도권을 둘러싼 기업간의 "업계 표준"( defacto
standard )경쟁을 격화시킬 것으로 삼성은 판단하고 있다.
그렇다면 어떤 기업이 미래의 우량기업인가.
이것이 두번째 문제의식이다.
21세기 우량기업의 조건으로 삼성은 미래변화를 감지해 기회를 선점할
수 있는 능력을 최우선으로 꼽았다.
변화에 적응하느냐 못하느냐보다는 누가 더 빨리 적응하느냐가 생존을
좌우한다는 것.
따라서 기업은 전략 조직 생산 기술 등 경영 전 부문에서 유연성이
요구된다.
집중화와 분권화의 모순을 해결할 수 있는 하이브리드형 조직이나
한계상황을 돌파할 수 있는 임기응변식 조직은 미래형 조직의 전형적인
예다.
또 21세기엔 <>브랜드 이미지 <>디자인 <>기업의 사회적 평판 등
무형자산이 보다 중요시되고 기업전체의 지적 능력인 "기업IQ"도
경쟁력의 주요 지수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과거 대량생산체제에선 규모의 경제를 통해 원가를 낮추는 것이
과제였으나 미래엔 이질적인 경영요소를 결합해 시너지 효과를 내는
복합화와 네트워크력이 기업의 성패를 좌우한다는 의미다.
마지막으로 삼성은 자기비판을 통해 "과연 21세기에 우리는 최우량기업이
될수 있는가"를 자문한다.
가장 핵심적인 부분이다.
물론 이에 대한 대답은 유보되고 있다.
"소유와 경영의 일체에서 발휘되는 강한 리더십, 자금과 인력 등
경영자원의 이동이 가능한 상호지원시스템, 선진국과의 격차를 단기간에
따라잡을 수 있었던 모방 학습능력 등은 그간 그룹이 성장할 수 있었던
최대 요인이었다.
그러나 21세기에도 이같은 시스템이 장점으로 작용할지는 알 수
없다"라는 게 이 보고서의 결론이다.
"2005년..."은 결국 최근 재계의 관심사인 새로운 경영시스템에 대한
시론 성격을 띠고 있다.
아직 어떤 결론을 낼 수 있는 단계는 아니라는 뜻이다.
삼성은 "그룹의 장기적인 사업구조개편 방안에 대해 경제연구소와
외부 연구기관에 조사를 의뢰했다"며 "이 조사결과가 나오는 6월 이후엔
경영시스템에 대한 논의가 구체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독일의 조직연구가 커트 륀박사(사회학)는 "조직의 변화는 녹이는
단계, 바꾸는 단계, 다시 얼리는 단계로 진행된다"고 지적했다.
신경영 3년째를 맞고 있는 삼성을 포함해 국내 기업들의 현재 모습은
어떤 단계이고 어디로 나아갈 것인가.
이 보고서가 함축하고 있는 주된 시사점이다.
< 이의철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2월 1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