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클린턴미대통령이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의장과 부의장선임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고분고분하지 않은 앨런 그린스펀FRB의장을 경질하고 공석중인 부의장자리
에는 자신의 심복을 심고 싶은 심정이지만 주변여건이 영 뜻대로 돌아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성장보다는 물가안정을 우선시하는 그린스펀을 오는 3월2일의 임기만료일에
맞춰 갈아버리고 싶은게 클린턴의 내심이다.

그러나 여론과 공화당이 그린스펀을 강력히 지지하고 있어 울며 겨자먹기로
다시 의장에 앉혀야할 입장이다.

그래서 차선책으로 부의장자리에만은 자기사람을 앉히려고 애써 왔다.

하지만 이마저도 계획대로 되지 않고 있다.

이달초 클린턴은 성장우선론자로서 투자은행가인 펠릭스 로허틴을 부의장
으로 지명했다.

그러자 상하원을 막론하고 공화당의원들이 일제히 들고 일어났다.

로허틴이 공공투자확대를 주장하는 소위 "큰 정부주의자"라는 이유에서
였다.

이렇게 되자 로허틴은 13일 클린턴대통령에게 자신의 부의장지명을 철회해
줄것을 요청, FRB내에 성장론자를 심어 놓으려던 클린턴의 계획은 수포로
돌아갔다.

미국에서는 의장과 부의장을 포함한 7인의 FRB이사는 상원의 승인을 받아야
된다.

이처럼 경제성장률을 높여 대선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려는 클린턴과
이를 저지하려는 공화당측의 이해가 맞부딪치면서 FRB의장과 부의장의
지명은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

< 이정훈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2월 1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