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사람들을 만나면 난감할 때가 많다.

만나는 사람마다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이 필자를 할말 없게 만드는 것이다.

"이번 기회에 금배지를 한번 달아보는 것이 어떤가"하는 말이 바로 그것
이다.

그러나 필자는 마음 먹는다고 금배지를 누구나 달수 있는 것도 아닐 뿐만
아니라 시민단체의 사회 봉사활동에 참여함으로써 보다 큰 성취감을 얻을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것은 결국 각자 인생관의 차이일 뿐이다.

금배지를 목표로 사회봉사활동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보니 그런 질문을
던지는 것도 이해 못할 바는 아니지만, 우리는 사회를 위해 묵묵히 일하는
사람들이 더 많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된다.

아무 이익없이 자신의 뼈를 깎아내는 고통을 감수하며 사회를 위해, 이웃을
위해 헌신하는 사람들의 소리 없는 감동이 우리 주변에 얼마나 많은가.

그런데 금배지가 마치 모든 가치를 대변하는 것처럼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을 보면서 우리나라의 정치를 더욱 발전시켜야겠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는 사실에 반가운 마음이 드는 한편, 국회의원으로서 소명의식 보다
명예욕을 앞세우는 것은 아닌가하는 걱정이 드는 것도 숨길수 없는 사실
이다.

제대로 된 역사와 사회의식은 둘째치고, 명분과 정도행보가 기본이라는
정치에서 그동안의 신의를 한 순간에 저버리는 인사들이 단지 금배지를
달기 위해 어떤 방법이든 가리지 않는 모습은 필자 뿐만 아니라 모든
국민들의 가슴을 답답하게 만든다.

금배지를 달게되면 명예를 얻고 그에 따른 만족도 얻을수 있을지는 모를
일이다.

그러나 그것은 단 4년이라는 짧은 시간에 불과하다.

4년이라는 시간은 우리들이 살아가는 인생의 아주 작은 부분에 불과하다.

모든 사람들이 세월 앞에 평등하다고 할때 작은 부분에 얽매여 삶 전체를
추하게 만들어서는 안될 것이다.

눈앞에 보이는 찰나의 명예와 기쁨을 따를 것인지, 아니면 삶 전체를 만족
과 행복으로 채우기 위해 노력할 것인지를 놓고 볼때 필자는 우선 자신에게
부끄러움이 없어야 한다는 생각을 그 출발점이라고 보는 것이다.

어쩌면 그 일이 금배지를 다는 것보다 더 힘든 일이기 때문이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2월 1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