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로 인터넷에 접속하는 길이 열리고 있다"

올드 미디어인 TV가 인터넷이란 정보의 바다를 항해하는 첨단의
정보통신기기로 탈바꿈 하고 있다.

지금의 PC가 확고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인터넷 단말기의 자리를
TV가넘보고 있는 것.

선진국에서는 이미 CD-I(대화형)플레이어나 게임기등에 연결한 TV로
인터넷 정보를 받아 볼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고 일부 실용화에 들어갔다.

네덜란드 필립스사는 자사의 CD-I플레이어에 인터넷 검색기능을
부여하는"인터넷 스타터킷"을 개발, 지난해 9월 영국 런던에서 실용화했다.

이 제품은 통신용 SW와 웹검색 프로그램등을 담은 컴팩트디스크(CD),
모뎀, 케이블 등으로 구성됐다.

국내에서도 TV의 인터넷 단말기로의 변신을 지원하는 기술이 잇따라
등장하고 있다.

필립스코리아는 "인터넷 스타터킷"의 한국판을 제작키로 하고 국내의
인터넷서비스 관련업체와 협의를 벌이고 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인터넷망에 접속하는 방식에 따라 통신용 SW가
바뀌어야한다"며 접속방식이 선정되는대로 기술개발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중소 소프트웨어업체인 멀티컴은 최근 TV를 통해 인터넷의 문자서비스인
텔넷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장치 "IQ BOX 100"를 개발, 15일 서울
용산전자상가 한국통신 전시장에서 설명회를 갖는다.

인터넷의 그래픽서비스인 월드와이드웹(WWW)을 검색할수 없다는게
단점이다.

TV에 연결해 쓰는 이 장치는 그러나 리모콘으로 하이텔 천리안 등의
PC통신을 할수 있다.

또 키보드를 연결하면 대량의 문자정보를 주고 받는 것도가능하다고
회사측은 밝혔다.

삼성전자는 TV에 연결, 인터넷 정보를 검색할 수 있는 미애플사의
차세대게임기 "피핀"을 OEM(주문자상표부착)방식으로 생산하는 방안을
추진중이다.

게임기에 컴퓨터 기능을 넣은 피핀은 파워PC를 채용한 제품으로
전화선을 통해 다른 사용자와 게임을 즐길 수 도 있다.

TV가 인터넷 단말기로 떠오르는 것은 이미 널리 보급된 제품이기에
친근감이 있고 PC에 비해 훨씬 싼 연결장치(게임기 CD-I플레이어등)만
구입하면 되기 때문이다.

TV가 PC와 함께 미래의 인터넷 단말기로 자리매김 할 수 있을 지는
두고 볼일 이다.

그러나 인터넷 전용 단말기라고 해서 관심을 끈 네트워크컴퓨터(NC)의
역할을 TV가 대신 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같은 전망은 최근 방한한 네트스케이프 커뮤니케이션스사의 제임스
클라크회장의 말에서도 나타난다.

"인터넷 접속 단말기로는 PC와 TV가 주도 할것으로 본다.

특히 컬러 TV 이후로 정체되다시피 해온 TV 기술이 인터넷을 계기로
큰 발전을 할 것이다.

네트워크컴퓨터(NC)가 인터넷 단말기로 성공하려면 PC와 TV와 경쟁에서
이길수 있어야 한다"

전문가들은 인터넷을 정보고속도로의 시험판이라고 한다.

인터넷에서 구현되는기술은 곧 정보고속도로에서 실현될 기술의
앞선 모습이다.

TV가 인터넷 단말기로 자리매김 할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리는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다.

<오광진기자>

(한국경제신문 1996년 2월 1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