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1월 자동차보험을 갱신한 김모씨(38)는 지난 5년간 거래해온 보험사를
전격 교체했다.

무사고 4년째인 그는 계약갱신을 앞두고 지난해 바뀐 자동차보험제도에
따라 자신의 보험료가 어떻게 변했는지 문의했다.

그러나 딱딱하기 그지없는 보험사 직원의 응대에 짜증이 났다.

보험료도 무사고 할인혜택을 받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작년보다 조금씩
오른 수준이었다.

주위사람한테 보험료가 회사별로 다소 다르다는 얘기를 듣고 다른 보험사에
물어보니 보험료에 별 차이가 없을 뿐더러 신속하고 친절하게 보험료를
알려주었다.

게다가 대출을 받을 때 금리할인등 부대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는 설명까지
해주었다.

그는 당장 자동차보험 가입회사를 바꾸기로 마음먹고 보험계약을 해버렸다.

연간 6조원대의 거대시장인 국내 자동차보험시장은 이렇듯 가입자가
보험사를 고르는 이른바 "바이어스(Buyer''s)마켓"으로 전환됐다.

지난8월 자동차보험제도에 대한 전면 개편은 차량소유자의 보험가입패턴에
커다란 변화를 가져 왔다.

무엇보다 보험료가 평균 9.7% 오른 여파로 자동차종합보험중 대인 대물
차량 자손 무보험차상해등 전체 담보종목에 든 가입자가 크게 줄어들고
있다.

작년 10월말현재 전체등록차량 824만4,593대중 종합보험의 모든 종목에
가입한 차량은 347만8,464대로 전체의 42.2%에 불과했다.

이는 전년의 같은 기간 전담보가입차량 비중인 46.3%에 비해 4.1%포인트가
떨어진 것이다.

보험료 인상의 여파로 가입자들이 보험료가 상대적으로 비싼 자기차량
손해의 가입률이 43.8%로 평균부보율을 밑돌았다.

또 지난8월 제도개편과 함께 도입된 무보험차 상해담보의 부보율이 14.3%에
그쳐 당국이 가입자보호을 위해 도입한 종목이 실제 가입자에겐 외면당하고
있음을 반증하고 있다.

무사고 우량가입자들이 그동안 거래해온 보험사를 바꾸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는 새 현상이다.

자동차보험영업전략의 차이 때문이기도 하지만 삼성 제일 쌍용화재등은
자보실적이 크게 늘어나는 반면 신동아 해동등은 정체 또는 감소되는
양극화양상까지 벌어지고 있다.

이에 대응, 각보험사는 3년이상 무사고 기록을 낸 우량가입자의 경우
대출금리를 0.5~3%포인트까지 할인해 주는가 하면 엔진오일 무료교환권등을
증정하는등 다채로운 서비스를 앞다퉈 제공하고 있다.

이같은 자동차보험시장의 변화는 오는4월로 예정된 자동차보험 3단계
가격자유화조치가 시행될 경우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지난해 할인할증률에 대한 자유화에 이어 기본보험료의 범위요율제가
도입될 3단계 조치가 이루어지면 각사별 보험료 차별화 폭은 넓어질 수 밖에
없다.

따라서 가입자들도 각보험회사가 책정한 보험료체계를 면밀히 분석, 가입
보험사를 선택하는 경항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결국 자동차보험을 취급하는 보험사입장에선 가격및 비가격경쟁이란 이중
부담을 안게 됐고 가입자는 가입자대로 적정 가격에 보다 나은 서비스를
보장받을 수 있는 "현명한 선택"을 해야 하는 시대가 다가온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자동차가 우리네 생활필수품으로 자리잡은 만큼 이에 수반되는 자동차보험
역시 생필품의 대열에 동참했다.

이는 국내자동차보험시장이 올해 5조8,400억원대(수입보험료 기준)에
달하는 거대 시장을 형성할 것이라는 전망에서 잘 알 수 있다.

이같은 자동차보험시장의 위상에도 불구하고 보험사나 가입자가 자동차
보험을 보는 시각은 여전히 부정적이다.

보험사는 보험료를 적정가격대로 끌어올려야 진정한 보험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고 볼멘 소리를 하고 있다.

반면 가입자들은 적자의 원인을 보험사의 관리태만으로 돌리면서 서비스
개선이 시급하다고 지적하고 있는게 현실이다.

다행히 보험사들은 이같은 가입자의 지적에 부응, 우량가입자를 위한
서비스경쟁에 나서는가 하면 거대적자로 시달리는 자동차보험의 실상을
이해하는 가입자들이 나타나면서 해결의 실마리를 보이고 있다.

보험당국의 정책적 지원및 보험사의 서비스개선 노력등이 절실히 요청되는
시점이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2월 1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