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관기준 무역수지 적자가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100억달러대를 넘어섰다는
소식이다.

내용을 따지기 이전에 우선 상징적 의미가 크게 느껴진다.

지난해 무역수지 동향에서 가장 특징적인 내용은 역시 "선진국 적자,
개도국 흑자" 현상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점이다.

중국과 동남아 시장이 우리 수출의 새로운 무대로 부상하면서 나타난
현상이긴 해도 그처럼 심하진 않았는데 95년의 그것은 너무하다.

선진국에 290억달러가 넘는 적자를 기록하면서 개도국엔 190억달러의 흑자
를 보인 것은 어느 모로 보나 바람직한 내용이 못된다.

개도국 시장이 언젠가는 우리와 보완관계이기 보다 경쟁관계로 바뀔 것이고
심한 무역불균형에 저항할 것임을 생각할 때 무역적자는 장차 갈수록 커질
가능성이 짙다.

선진국과의 무역적자를 줄일수만 있다면 문제는 달라진다.

그러나 그쪽은 대개도국 흑자를 확대하는 것 이상으로 힘들 전망이다.

기계류를 비롯한 자본재수입이 주류를 이루는데다 개방압력은 갈수록
거세져 수입이 좀처럼 줄것 같지 않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생각해야 할 점은 무역수지의 심한 기복 현상이다.

이는 우리의 수출 수입이 심한 지역및 상품의 편중내지 불균형 현상에
더해 몹시 불안정한 "냄비체질"을 벗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말해준다.

경제성장률의 진폭이 워낙 커 "냄비경제"라는 말을 흔히 하지만 무역수지도
같다.

가까운 예로 지난88년 사상 초유의 거대한 무역흑자 88억8,500만달러를
기록하고 3년만인 91년 96억5,500만달러의 사상 최대 무역적자를 낸뒤, 2년
후인 93년 일단 15억6,400만달러까지 줄였지만 2년이 못가 100억달러대로
다시 팽창되었다.

무역수지 적자를 단시일에 크게 줄이거나 없애기는 힘들다.

우리의 무역구조와 국내외 환경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모든 분야에서 개방과 자유화가 진전됨에 따라 정책선택의 폭도 제한적
이려니와 실효성도 적다.

그러나 이처럼 팽창된 무역적자를 그냥 보고만 있을 수는 없다.

수출입을 합쳐 2,600억달러가 넘는 무역규모에서 100억달러 적자는 대단치
않은 것으로 치부할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통관기준보다 운송-보험료 등을 뺀 국제수지기준 적자라는
설명도 일리는 있다.

그 규모는 지난해에 11월말까지 48억8,400만달러였다.

또 금년에는 수지가 얼마쯤 개선될 것이라는 전망도 희망적 관측만은
아닐지 모른다.

그러나 3저호황 당시의 무역수지 흑자전환에 대단한 의미를 부여했던
것과 동일한 시각으로 눈덩이처럼 불어난 적자의 문제점도 인정할 필요가
있다.

특히 155억달러로 팽창된 대일 적자와 62억달러의 대미 적자는 가볍게
보아 넘길 일이 아니다.

더욱이 멀지 않아 일본산 자동차까지 들어오고 미국은 계속 개방압력을
강화할게 분명한 것등 사정은 갈수록 어려워질 전망이다.

따라서 자본재산업 육성등 한바탕 떠들다 잠잠해진 대책들을 포함, 무역
적자를 줄일 방도를 서둘러 강구해야 할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2월 1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