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부터 시작되는 사흘간의 설 연휴는 대기업그룹 총수들에게도
모처럼만의 휴식기회로 활용되는 모양이다.

서울 자택에서 가족들과 세배를 주고 받거나 평소 자주 찾지못했던
고향으로 내려가 휴식을 취하기로 한 이들이 많다.

일가 식구들과 함께 단란한 외식을 즐기기로 한 총수들도 있다.

일부 그룹회장은 관심 분야인 경제.경영관련 서적을 탐독하면서
지력 재충전의 기회로 설 연휴를 활용키로 했다.

반면 연휴기간을 해외에서의 "일반 휴식반"으로 보내기로 한 총수들도
상당수다.

미국 유럽 일본 동남아 등을 넘나들며 주재원들을 독려하는 한편으로
현지 비즈니스 파트너들을 만나 사업 확장을 협의한다는 계획을 세워둔
회장들도 많다.

해외 건설현장의 근로자들과 떡국을 함께 들며 향수를 달래주기로
한 "소탈파" 회장들도 있다.

<>.신정을 쇤 현대그룹 회장가는 별도의 모임이나 행사없이 설 연휴기간중
국내외에서 각각 휴식을 취하기로 했다.

정주영명예회장은 지난 16일 열흘 남짓한 일정으로 출국했다.

일본을 거쳐 미국의 하와이와 캘리포니아 플로리다 등 "따뜻한" 남서부
지역에 주로 머물며 휴식키 위해서라고.

이번 출국에는 비서진만 대동했다.

정세영현대자동차 명예회장은 서울 성북동 자택, 정몽구그룹회장은
서울 한남동 자택에서 각각 휴식을 취하기로 했다.

역시 신정을 지키고 있는 LG그룹 회장가 역시 특별한 행사없이 설 연휴를
가족들과 함께 지내기로 했다.

구본무회장은 서울 한남동 자택에서 최근 탐독하고 있는 일본의
대하역사소설 "대망"을 마저 읽는다는 계획을 세웠다.

선경의 최종현회장은 이번 연휴기간동안 오랫동안 별러온 "가족행사"를
하나 갖기로 했다.

형제 조카들은 물론 처가집 식구들까지 모두 서울 광장동 쉐라톤
워커힐 호텔내에 있는 자택으로 초대, 만찬을 베풀기로 한 것.

선경 관계자는 "최회장이 바쁜 업무에 쫓겨 제대로 얼굴을 보기 힘든
일가 식구들을 한자리에 불러 모처럼 여유있는 대화의 시간을 갖기 위해
이같은 프로그램을 만든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김석준쌍용그룹 회장은 설 연휴기간중 공식행사에 일체 참석하지 않고
자택에서 "독서 휴식"을 취하기로 하고 몇권의 책을 챙겨뒀다.

이미 일독했던 빌 게이츠의 "미래로 가는 길"과 이원복.송병락교수가
함께 쓴 "국제화시대의 세계경제" 등을 다시 한번 꼼꼼히 챙겨 읽기로
했다고.

또 시간이 나는대로 평소 즐겨찾는 근교 산에 올라 새로운 경영구상을
하는 시간도 갖기로 했다고 쌍용 관계자는 귀띔.

현재현동양그룹회장 역시 서울 성북동 자택에서 독서를 하며 조용히
쉬기로 했다.

이 기간중 평소 챙겨읽지 못했던 전문 경영서적 2~3권을 독파할
계획이라고.

박성용금호그룹 회장은 예년과 다름없이 노모가 살고 있는 광주로 내려가
모친과 함께 연휴를 보낼 계획이다.

모친 집엔 박회장 외에 정구그룹부회장 삼구아시아나항공사장 찬구회장
부속실사장 등 4형제가 모두 모이기로 했다고.

지난달 29일 회장에 취임한 뒤 첫 설날을 맞는 이웅렬코오롱그룹 회장은
18일 오전 부친인 이동찬명예회장의 서울 성북동댁을 찾아 차례를 지내고
세배를 한 다음 이틀간 머물 예정.

19일 오후에는 이명예회장 부부를 모시고 "근사한" 외식도 할 계획.

조중훈(한진) 김선홍(기아) 장치혁(고합) 박용곤(두산) 김중원(한일)회장
등은 특별한 일정 없이 자택에서 가족들과 함께 연휴를 보내기로 했다.

<>.해외파 회장들은 휴식과 일의 구분이 명확치 않게시리 사업과 연계된
관계자들과의 만남으로 설 연휴기간을 보낸다.

지난 15일 일본으로 출국한 이건희삼성그룹 회장은 보름가량으로 예정한
방일기간동안 삼성저팬(그룹의 일본본사)으로부터 올해 사업계획을 보고
받고 일본 현지기업인들과 신년인사를 나누기로 했다.

이회장은 또 닛산자동차 등 일본내 그룹합작선 경영인들과 만나
그룹차원에서 추진중인 자동차사업을 지원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협의할
계획이라고.

현재 폴란드 루마니아 체코 등을 돌며 자동차공장을 둘러보고 있는
김우중대우그룹 회장은 설 연휴를 현지 직원들과 함께 보낸뒤 24일 인도
방문길에 나서는 김영삼대통령을 수행키 위해 인도로 출발할 계획.

지난 2일 호주로 출국한 최원석동아그룹 회장은 설 연휴기간중
말레이지아로 이동, 동아건설이 맡고 있는 바쿤 댐 1단계 공사현장을 찾아
현지근로자들과 떡국을 함께 끓여먹으며 설날을 맞이하기로 했다.

이어 라오스 등 동남아 각국을 돌며 신규사업을 구상한 뒤 내달초
귀국할 예정이라고.

대기업그룹 총수중 최다.최장 해외출장을 기록중인 정인영한라그룹
회장은 이번 설 연휴동안 유럽에서 현지 사업장을 둘러보고 직원들과 함께
설을 맞기로 했다.

정회장은 이를 위해 영국 프랑스 노르웨이 등 유럽 방문을 위해
17일 오후 출국했다.

그는 영국에서 개최되는 "석유.가스 국제회의"에 참석하고 유럽의
선주들과 선박수주 문제를 협의하는 한편 에너지.펄프.제지관련
회사들과도 업무를 논의한 뒤 오는 29일 귀국키로 했다.

홀수달은 한국, 짝수달은 일본에서 지내고 있는 신격호롯데그룹
회장은 관례대로 설 연휴를 일본에서 보내며 내달초로 계획하고 있는
그룹 임원인사에 대한 구상을 마무리짓기로 했다고.

<산업1부>

(한국경제신문 1996년 2월 1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