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인들은 과학기술문명의 혜택만큼 그것이 주는 스트레스에 시달리며
사는것 같다.

자고나면 영어 약자로 표기된 새로운 하이테크 용어들이 신문지면을 가득
메우고 있어 혼란스럽게 느껴진다.

더구나 최근들어 정보통신기술의 발달이 우리의 실생활과 기업경영에
밀접하게 연관되면서,그 기술적 측면을 이해하지 못하는 데에서 오는
스트레스는 더욱 커지는것 같다.

다시 말해 테크노 스트레스가 증가한다는 것이다.

몇가지 예를 들어보자.

지금 시중에는 신규 통신사업자 허가를 앞두고 5천여 업체가 컨소시엄
구성을 위한 짝짓기 열풍에 들어갔다고 한다.

일부 업체는 PCS(개인휴대통신)에, 또 어느 업체는 TRS(주파수 공용통신)에
진출을 준비한다고 하나 나에게는 여전히 생소하게 보이는 단어들이다.

또한 연일 폭증하는 휴대폰시장을 놓고 아날로그 방식과 디지털 방식간에
치열한 시장쟁탈전이 벌어지고 있다고 하나 사실 아날로그와 디지털 개념을
구분하기란 그리 쉽지 않다.

그리고 산업사회에서 원활한 물류흐름이 경쟁력의 관건이듯이 정보사회
에서는 정보와 지식의 빠른 전달을 위한 정보고속도로의 건설이 중요한
것은 어렵지 않게 이해할수 있다.

그러나 머리카락 같은 광섬유를 통해 어떻게 초당 수억의 정보가 양방향
으로 전달되는지를 알려고 한발짝만 더 들어가면 여러가지 물리학적 설명이
뒤따라 여전히 이해가 쉽지 않다.

혹자는 별 쓸데없는 걱정을 다 한다고 말할 수도 있다.

자동차의 구동원리를 몰라도 운전에 지장이 없고, 컴퓨터의 운영체계를
몰라도 키보드를 두드리는데 하등의 불편이 없기 때문이다.

물론 메이커가 아닌 최종 소비자라면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제는 은행만해도 이같은 기술적 측면의 이해없이는 신용조사,
자금지원등 본연의 기능을 수행할수 없을만큼 사회는 고도화되어가고 있다.

또한 은행 자체도 이미 정보통신분야에 연간 수백억원을 투자하는 거대한
장치산업이 되어버렸다.

물론 경영자가 하루하루 달라지는 첨단기술의 세계를 모두 이해할 수는
없겠지만, 그렇다고 코끼리의 전체모습은 못보고 꼬리나 다리만 만져보는
식으로 대규모 투자를 감행하는 웃지못할 상황이 벌어져서는 안될 것이다.

따라서 경영자에게는 가능한한 새로운 기술진보의 흐름을 이해하기 위한
끝없는 노력이 필요한것 같다.

이것이 나이의 한계에도 불구하고, 또 기술적인 지식이나 소양이 전무
함에도 불구하고 뒤늦게 컴퓨터에, 네트워크에, 그리고 정보통신기술에
관심을 갖게된 나의 변명이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2월 2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