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우토반은 맥주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맥주를 많이 먹으면 생리적인 욕구를 해결해야 하기 때문에 집에 빨리
달려가야한다.
이러니 아우토반을 많이 건설할 수 밖에.
쌍용의 김석준 회장이 최근 직원들과 가진 맥주파티에서 한 농담이다.
물론직원들은 파안대소했다.
40대의 젊은 총수는 이처럼 파격적이다.
쌍용그룹은 김회장이 "친근하고 겸손하고 부지런한"총수로 부각되는데
초점을 두고 있다.
과거 형(김석원전회장)을 보필하던 그룹부회장 시절엔 건설부문회장을
맡아 과감하게 밀어붙이는 불도저상을 강조했다.
그러나 지난해 그룹회장으로 취임한 이후 "선수경영"을 경영모토로
공격경영을 주도하면서도 임직원들과 격의없이 잘 어울리며 고참
사장단앞에서 담배를 끊는 예의바른 신경영자상을 심는 데 노력하고
있다.
쌍용만이 아니다.
현대 LG 코오롱 삼미 등 총수의 얼굴이 바뀐 그룹들일수록 최근들어
신임 총수에 대한 좋은 이미지를 심기위한 총수이미지 메이킹
(PIM-President Identity Making)에 힘을 쏟고있다.
이들 그룹들이 강조하는 총수PIM은 21세기 초일류기업으로 도약하기위한
경영혁신과 공격경영을 진두지휘하면서도 임직원들과 격의없이 대화를
나누는 친근하고 소탈한 신총수상을 부각시키는데 주력하고 있는 점이
특징적이다.
개별그룹마다 이를위해 회장실과 비서실에 PIM전담팀을 두고 회장의
발언, 표정, 대외행보, 심지어 임직원과의 회식때의 노래곡목 선정등에까지
사전에 체크하는 PIM경쟁을 벌이고 있을 정도이다.
과거 창업주나 원로총수들의 근엄하고 일밖에 모르는 총수상을 강조하던
것과는 달라진 풍속이다.
기업들의 총수화장경쟁을 청와대까지 파급되고 있다.
김영삼 대통령의 최근 머리색깔이 종전의 검은색에서 갈색으로 바뀌고,
귀옆은 흰색으로 변화를 준 것은 김대통령의 이미지지메이킹을 전담하는
모 비서관의 건의를 수렴한 데 따른 것이라고.
대통령이 국정의 최고책임자로서 원숙하고 중후한 이미지를 보여주기
위해 머리색깔에까지 세심한 신경을 쓰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는 것.
서민적이고 소탈함을 물씬 풍기는 총수로는 현대 정몽구 회장을 첫손에
꼽을 수있다.
정회장은 회장에 취임한 이후 임직원을 만나거나 외부인사들과의
저녁만찬때 냉면과 불고기를 전문으로 하는 종로의 모 한식집을 즐겨
찾는다.
애음하는 주종은 포도주.
저녁식사로는 냉면을 "후르륵" 먹는 것을 좋아한다.
한국제일의 기업총수로부터 만찬초청을 받는 외부인사들은 막상 만찬의
주메뉴가 포도주와 냉면임을 알고는 의외의 반응을 보이곤 한다고 그룹측은
전언.
또 울산 등 지방사업장을 방문할 때 사내식당에서 근로자들과 함께
식사를하는등 상하간에 일체감을 조성하는데도 세심한 신경을 쓰고 있다.
그러나 재계처음으로사외이사제를 도입하고 금융분야의 사업다각화선언
등 그룹덩치를 키우기위해"공격앞으로"를 외치는 선이 굵은 총수상도
함께 강조하고 있다.
지난2일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96 LG스킬올림픽".
구본무 LG회장은 이 스킬올림픽이 끝난후 열린 축하공연 때 무대에
올라 "번지없는 주막", "울고 넘는 박달재" 등 트롯가요을 열창했다.
무대단하의 임직원들이 앵콜송을 연호했다.
즉석에서 구회장은 엥콜송을 또 한번 선사, "구카수"란 별명을 얻었다.
이같은 파격적인 행동은 회장실측의 치밀한 사전각본에 따른 것.
구회장은 측근들로부터 트롯가요곡목 선정부터 부르기 쉽고 무난한
곡조를 택할 것을 자문받았으며 여러차례 노래연습을 했다고 그룹관계자는
귀띰.
LG측은 구회장이 권위를 내세우지 않고 소탈하면서도 경영혁신은 단호히
지휘, 능력과 유머감각을 갖춘 "양수겸장"의 신경영자상을 정립하는데
PIM의 포인트를 두고 있다.
회장실 의전담당(이문호사장)과 홍보팀(팀장 심재혁전무)에서 구회장
이미지구축을 전담하고 있다고.
최근 총수에 취임한 이웅렬 코오롱그룹회장(40)은 신세대총수답게 젊고
신선한 행동으로 주목을 끌고 있다.
이회장은 직원들이 즐겨찾는 술집을 사전에 알아둔뒤 퇴근무렵에 미리
현장에 가있다가 직원들이 오면 자연스레 어울려 "밑으로부터의" 이야기를
곧잘 수렴하곤 한다.
"열린귀"를 가진 신세대총수이미지를 가꾸는데 노력하고 있는 셈이다.
그룹기조실의 송대평사장과 홍보실(이활용이사)이 이회장의 이같은
신세대총수상을 부각시키는 프로그램을 짜고 있다.
재계가 총수PI에 주력하는 것은 총수의 이미지는 곧바로 그룹의 이미지와
결부될 만큼 그룹의 경영전략및 사업에 커다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칫 총수의 본래의 이미지와 동떨어진 인위적인 "이미지분장"은
역효과를 가져와 실패할 수도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의춘기자>
(한국경제신문 1996년 2월 2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