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통령선거전의 주요 길목인 뉴 햄프셔주의 21일 예비선거 결과
공화당 대선후보의 선두주자가 바뀌는 일대 파란이 빚어졌다.

뉴 햄프셔주는 미국 정당들이 오는11월의 대통령선거에 내보낼 대선후보를
뽑는 절차인 예비선거가 처음 치러진 곳이다.

따라서 이 예비선거 결과로 선거전의 향방을 점칠 수 있다.

빌 클린턴 대통령이 단독후보인 민주당과 달리 8명의 후보가 난립한
공화당에서 어떤 후보가 선두로 나서느냐가 뉴 햄프셔주 예비선거의 최대
관심사였다.

뉴햄프셔주 예비선거 개표결과 극우 보수주의 정치평론가인 패트 뷰캐넌
후보가 28%의 득표율을 획득, 26% 확보에 그친 보브 돌 상원원내총무를
제치고 1위로 나서는 역전극이 연출됐다.

뷰캐넌후보의 득표율은 지난 12일의 아이오와주 코커스(당원대회.예비선거
와 유사)에서 얻은 득표율 23%를 웃도는 것이다.

3위는 라마 알렉산더 전테네시주지사로 23%의 비교적 높은 득표율
(아이오와주 코커스에선 18%)을 유지했다.

반면 백만장자 언론인 스티브 포브스는 12%의 표를 얻는 부진을 면치 못해
후보지명전 무대에서 내려와야할 처지가 됐다.

패트 뷰캐넌이 뉴 햄프셔주에서 선두로 나섰지만 그가 공화당의 최종 대선
후보가 되리라는 가능성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아직 우세하다.

뷰캐넌이 착실한 기반을 다진 클린턴을 대적할 후보로는 역부족이라는
평가때문이다.

돌후보가 밀려날 경우 정적이 많고 지지유권층이 엷은 뷰캐넌보다는 차라리
신예 알렉산더가 더 낫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뉴 햄프셔주에서의 뷰캐넌 승리는 그의 선거공약이 직업안정에 위협을
느끼는 백인유권자들, 특히 백인 블루칼라들에게 먹혀 들어갔기 때문이다.

백인이 98%인 뉴 햄프셔주에서 극단적인 미국산업 보호주의와 엄격한 이민
정책을 주장해온 뷰캐넌의 "미국 제일주의"가 유권자들의 호감을 불러올수
있었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뷰캐넌의 공약은 미국중서부등지의 다른 주에선 수용하기 힘든
극단적인 보수주의 성향으로 두꺼운 지지층을 확보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따라서 미국 정가는 뉴 햄프셔주의 선거결과로 1위인 뷰캐넌 못지않게
3위로 달리고 있는 알렉산더후보를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다.

선두주자로 자타가 공인했던 돌후보는 뉴햄프셔주에서 치명타를 입어
진퇴를 염려해야 할 궁지에 몰려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빌 클린턴에 대적할 만한 공화당의 선택은 그런대로 균형있는 인기
를 얻고 있고 실제로 예비선거에서 "우수점"을 받은 것으로 여겨지는
알렉산더에게 향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공화당의 후보경선이 이와같이 한치 앞을 예측할 수 없는 혼전을 거듭함에
따라 이미 링에 올라 도전자를 기다리고 있는 빌 클린턴대통령은 어부지리를
얻고 있는 셈이며 그의 재선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는게 워싱턴의 분석이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2월 2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