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성그룹이 그룹 임직원, 친인척 등의 명의로 한국카프로락탐 주식을
집중 매입해 경영권장악을 기도하고 있다"

22일 코오롱그룹은 기자회견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이에 대해 동양나이론(효성)은 "경영권 탈취를 기도한다는 코오롱의
주장은 명백한 거짓"이라고 응수했다.

코오롱은 특히 "효성그룹이 경영권장악을 목적으로 그동안 임직원
친인척 명의로 교묘하게 지분을 확보해 효성의 실제지분이 57.63%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이같은 주장에 대해서도 효성은 "최근 몇년간 카프로락탐의 국제가가
급등하면서 전망이 밝은 한국카프로락탐주식에 화섬업 종사자들인
효성그룹 임직원의 투자가 집중됐을 뿐"이라고 말했다.

카프로락탐 지분을 둘러싼 양그룹의 공방은 이 회사의 주총(27일)을
앞두고 효성측이 임기만료되는 임원을 자사 관계자로 선임한다는 소문이
나돌면서 표면화됐다.

그러나 지분분쟁의 원인은 해묵은 "원료확보경쟁"에 있다.

이는 "나일론3사에 원료를 안정적으로 공급해야할 한국카프로락탐을
특정회사가 경영권을 장악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코오롱의
입장에서도 잘 나타나있다.

사실 한국카프로락탐을 둘러싼 경영권분쟁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한국카프로락탐은 국내 수요의 30%를 넘은 연 10만t의 카프로락탐을
공급하고 있어 특정 업체의 독점을 우려한 상호간 견제가 계속돼왔다.

업체간 견제로 인해 정부출자사인 한국종합화학이 전액을 출자해
설립된 한국카프로락탐은 74년 민영화조치 때 동양나이론 코오롱
고려합섬 등 나일론3사가 지주회사인 고려카프로락탐을 세워 지분을
공동인수하는 등 경영에 참여했다가 88년 지주해사를 해산 때도 3사가
출자 비율대로 지분을 나눠가졌다.

이 당시의 지분은 동양나이론이 20.03%로 가장 많았고 코오롱이 19%
고려합섬 7.4%의 순이었다.

어쨋든 두그룹의 분쟁을 보는 업계는 "속내용이야 어떻든 섬유업계가
어려울 때 동종업계 회사들이 이전투구를 벌여서는 안된다"며 어떻게든
이번 일이 제대로 마무리되기를 기대하는 눈치다.

또 다른 이해당사자인 고려합섬이 이날 코오롱과 공동명의의 성명을
내는 것은 제외하고는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결과를 기다리겠다"는
입장을 표명하는 것도 업계의 이런 시각을 의식한 결과로 보인다.

이에 앞서 공정거래위원회는 효성그룹이 주식매입과정에서 불공정한
경쟁제한 행위가 있었는지 여부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고 발표했다.

< 권영설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2월 2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