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인수합병(M&A)에 대한 관심과 시비가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다.

올들어서만 해도 신원그룹이 제일물산을 장악했고 현대그룹이 국민투신
지분을 매집했다 물의를 빚었으며 데이콤및 한국카프로락탐의 경영권을
둘러싸고 관계 기업들 사이에 갈등이 불거지고 있다.

M&A가 관심의 초점이 된 배경은 두가지로 볼수 있다.

하나는 우리 경제의 규모가 커지고 세계 경제에 보다 밀접하게 연관되면서
국내 기업들의 사업재편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통신 금융 유통등 성장가능성이 큰 분야의 기업들을 중심으로 인수
합병이 활발하게 추진되고 있다.

그러나 기업인수가 활성화된 보다 직접적인 계기는 규제완화 덕분이다.

지금까지 대주주의 경영권 보호장치로 기능해온 증권거래법 200조의
"주식대량소유 제한규정"이 내년 1월부터 폐지되기 때문이다.

대주주의 횡포를 견제하고 경쟁을 촉진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M&A는 자칫하면 기업들이 경영권 방어에 지나치게 신경쓰게 하고
결과적으로 국민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따라서 관련규정과 제도를 정비하고 전문가를 양성하는 일이 시급한
실정이다.

지난해 특정 금전신탁을 이용한 동부그룹의 한농 인수뒤 이같은 변칙적인
방법이 금지됐으며 성원건설의 대한투금 인수를 계기로 기업인수는 대주주
지분의 임의매각이 아닌 공개매수 절차를 밟도록 규정했다.

또한 적대적 M&A에 대항하는 수단으로 자사주 매입한도를 확대하는 등
나름대로 개선과 정비가 이뤄졌다.

하지만 아직도 고쳐야 할 점이 적지 않으며 특히 정책당국의 방침이
불명확한 대목이 많다.

예를 들면 시장경제의 효율향상과 경쟁력강화를 명분으로 M&A를 활성화
한다고 하면서도 그 결과 필연적으로 대두되는 경제력집중에 대한 명확한
입장정리가 없다.

따라서 M&A 움직임을 알면서도 어정쩡한 태도로 모른 체하다가 삼성의
기아자동차 주식매입때나 현대의 국민투신 지분인수와 같이 여론이 악화되면
뒤늦게 제동을 걺으로써 자의적인 행정 개입이라는 비난을 면치못하고 있다.

이 문제는 공기업 민영화나 통신사업과 같이 공공성이 강한 분야에서도
발생할수 있음으로 특수 관계인의 범위, 기관투자가의 의결권 행사여부,
소액주주의 보호문제 등에 대해 뚜렷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

다른 한 예로 외국 기업의 국내기업 인수에 대한 허용여부를 들수 있다.

지금은 외국인 지분한도가 낮게 제한돼 있고 당분간은 우호적인 인수합병만
허용한다는 방침이나 OECD가입을 앞두고 언제까지 지분제한에 의지할 수
없으며 앞으로 적대적인 M&A가 없으란 법도 없다.

따라서 이 문제에 대한 중장기적인 대책마련도 필요하다.

흔히들 M&A는 "시간을 버는 전략"이라고 한다.

따라서 경제성장이 빠르고 시장효율 향상이 시급한 우리 경제로서는
잘만 활용하면 큰 보탬이 될수 있다.

다만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정부의 효율적이고 분명한 교통정리가
중요하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2월 2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