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항공의 8인승 헬기 생산.판매계획은 그자체가 업계내의 다목적헬기개발
사업 주도권싸움으로 발전하기에 충분하다고 볼수 있다.

삼성의 헬기제작분야 참여선언은 우선 경전투헬기(KLH)사업권자인
대우중공업과 군용헬기제작에 오랜 노하우를 지녀온 대한항공을 자극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삼성이 "기습적으로" 세계적인 헬기 제작사인 벨과의 공동개발을
선언하자 대우와 대한항공도 해외 제휴선을 찾는 등 즉각적인 "반격"에
나설 채비를 서두르고 있어 헬기사업을 둘러싼 업계의 각축전은 이미 시작
됐다고 볼수 있다.

국내 항공기제조업계가 다목적헬기사업에 이처럼 집착하는 이유는 뻔하다.

이 사업의 주도적 참여여부가 앞으로 회전익(헬기)사업을 계속 하느냐
마느냐를 갈라놓는 분기점이 될 수도 있다는 판단에서다.

고정익부문에서 중형항공기와 차세대 전투기사업이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듯이 회전익에서는 다목적헬기가 최대 국책프로젝트로 떠오르고 있는 것.

다목적헬기사업은 군용과 민수용으로 상호전환이 가능한 다목적 헬기를
개발키 위한 프로젝트이다.

정부는 3천억여원을 투자해 오는 2000년께부터 5~9인승 다목적헬기를
본격 생산할 방침이다.

다목적헬기 제작사업을 의식, 헬기부문에 먼저 뛰어든 업체는 대우중공업과
대한항공.

지난 90년 한국형 경전투헬기사업의 주계약자로 선정된 대우중공업은 충남
보령에 조성중인 20만평 규모의 헬기공장을 회전익 항공기사업의 중심기지
로 활용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대한항공은 지난 70년대 군용소형헬기인 "500MD"를 생산한 것을 시작으로
지난해 3월에는 중형 헬기인 블랙호크(UH-60)공급 1단계 사업을 완료했다.

이처럼 헬기사업에 "공"을 들여온 대우 대한항공등 기존업체들에 삼성의
신규참여 선언은 눈엣 가시인 셈이다.

이들 2개사는 특히 삼성의 이번 헬기제작 참여방식이 "공정하지 않다"며
볼멘 소리를 하고 있다.

대우중공업관계자는 "정부가 중복투자 방지라는 명분아래 그동안 항공산업
의 전문계열화를 추진한다면서 고정익은 모두 삼성항공에 넘겨준 후 이제
회전익까지도 삼성이 독식하도록 할 모양"이라고 말했다.

이들 업체는 국내 헬기산업정책의 일관성을 요구하는 건의서를 관계부처에
보내 "항공산업정책이 혼란을 야기하지 않도록 해달라"고 주문하고 있다.

통상산업부는 이에 대해 "삼성이 이미 보유하고 있는 기존 설비를 활용키로
해 추가 시설투자가 불필요하기 때문에 신고서를 수리했다"고 해명하고
있다.

삼성도 이번 공동개발품목이 군용이 아닌 민수용임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삼성의 헬기제작 발표에 대한 기존 업체의 반발이 커지고 있어
앞으로 다목적헬기 사업권자 선정을 둘러싼 잡음이 증폭될 가능성을 배제
하기 힘들다는게 업계 중론이다.

< 심상민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2월 2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