뚝배기보다 장맛이라고 했던가.

"라스베이거스를 떠나며"는 35mm 필름을 사용하는 기존 극영화와 달리
슈퍼16mm 카메라로 찍은 저예산 영화다.

마이크 피기스 감독은 할리우드 메이저 영화사들의 외면속에서 자신의
스타일을 고집하며 직접 카메라를 들고 핸드헬드 방식으로 작품을
완성했다.

마땅한 돈줄을 구하지 못한 그가 각색부터 작곡 연주까지 맡아 탄생
시킨 문제작.

그러나 허름한 뚝배기에 담긴 이 영화의 "장맛"은 누구도 흉내낼수
없는 미각을 발휘했다.

알콜중독자와 창녀간의 비극적 러브스토리.

일반에 공개되자마자 미국 비평가협회와 LA.뉴욕.보스톤 비평가협회로
부터 95 최고의 영화로 선정됐으며 골든글로브 드라마부문 최우수
남우주연상의 영예를 거머쥐었다.

촬영기간은 한달.

세상을 버리려는 한 남자와 세상에서 버림받은 한 여자의 사랑얘기가
줄거리다.

영화는 술에 젖어 사는 극작가 벤 (니콜라스 케이지)이 가족과 친구
직장을 모두 잃고 나머지 생을 술로 마감하기 위해 환락의 도시
라스베이거스로 떠나면서 시작된다.

이곳에서 그는 창녀 세라 (엘리자베스 슈)를 만난다.

음주에 대한 어떤 간섭도 거부하는 "부정"의 남자와 몸을 팔고 돌아와
일했다고 말하는 "긍정"의 여자.

둘은 그들만의 방식으로 서로를 방해하지 않으며 조심스런 애정을
나눈다.

짧은기간에도 사랑의 희로애락은 다양한 무늬를 만들고 안식의 순간도
찾아온다.

사라의 품에서 평화의 나라로 떠나는 벤.

이 영화를 깊이있게 "발효" 시킨 것은 벤역의 니콜라스 케이지.

그는 절망과 구원의 경계를 넘나드는 내면연기로 탁월한 재능을
드러냈다.

( 3월1일 중앙 / 피카소 / 시티 / 씨네하우스 개봉 예정 )

< 고두현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2월 2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