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 경영시대] (2) 어제 '동반자' 오늘 '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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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의 사업동반자가 오늘의 적이 되고 있다.
수십년간 쌓아온 동업및 협력관계가 대주주간의 경영권 분쟁으로 하루아침
에 무너지면서 나타나고 있는 극단적인 현상이다.
지분율차가 크지 않은 1대 또는 2대 주주측의 경영권 장악 시도에 대응한
다른 대주주측의 "원군"을 동원한 저항으로 최근 동업기업의 경영권 변동이
잇따라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제일물산이 신원그룹으로 넘어가게 주된 원인은 창업동업자 2세간의 경영
주도권 쟁탈전.
제일물산은 지난 53년 김해동 김중배 정판석씨의 공동출자로 창업된이후
창업 2세이자 1대 주주인 김인식회장일가의 주도권아래 공동경영형태를
취해왔다.
그러다가 지난 93년 김회장측의 지분율이 형제간 불화에 따른 주식처분으로
2대 주주(김인준이사측)수준으로 격감했음에도 자회사인 제일유니버설을
김회장에게 매각하고 2대주주측의 임원을 해임하면서 동업관계에 결정적인
금이 가게 됐다.
신원그룹은 2대주주측의 주식매입요청에 따라 20.9%의 지분을 취득한뒤
지난 주총에서 1대주주측의 지분 인수에 합의하고 당분간 2대주주측과 공동
경영키로 했다.
지난해초 성사된 동부그룹의 한농 인수도 같은 맥락이다.
한농은 지난 53년 정규삼 김창윤씨가 공동으로 설립했다.
지난 94년말에는 1대주주인 정씨측 지분은 부사장이었던 아들 정철호씨등을
포함, 24.76%였고 김씨측 지분은 사장이었던 사위 신준식씨등 24.47%였다.
회사경영에 불만을 품은 1대 주주측은 동부그룹을 끌어들여 2월 주총에서
2대 주주측 임원을 몰아내면서 보유지분도 동부그룹측에 넘겼다.
오랜 우호적 동업회사에 대한 최초의 대주주간 지분쟁탈전이 벌어진 곳은
경남에너지이다.
94년 8월 동사가 증시에 상장될 당시 1대 주주인 원진의 지분율은 14.56%
였고 2대 주주인 가원은 13.06%(이상 특수관계인 지분 포함)였다.
원진측은 같은해말 경영권 장악을 위해 공개매수신고서를 제출하자
가원측은 대웅제약을 끌어들어 공개매수작전을 좌절시켰다.
지난해 10월 원진은 경동보일러를, 가원은 경남에너지의 경영권을 확보
하기로 합의하면서 동업관계는 완전히 끝났다.
이같이 동업기업이 흔들리는 것은 대체로 창업세대들이 물러나고 경영권이
창업 2세로 이전됐거나 옮겨지는데 따른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소규모회사에서 같이 땀을 흘렸던 공동창업자간의 끈끈한 정이 후손들에게
까지 이어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상속과정에서 지분구조가 바뀔 가능성도 있다.
증권업계에서는 동업형태의 상장기업중 제2의 제일물산이 연이어 나타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특히 경영권이 2세들에게 넘어왔으나 1,2대 주주간의 지분차가 크지 않은
기업의 경우 M&A 가능성이 더욱 높다.
한국카프로락탐의 지분을 둘러싼 합섬 3사간의 분쟁은 특정사업영역에
대한 기업간의 암묵적인 협력체제시대가 종말을 고하고 있음을 알리는
또다른 신호탄이다.
지난해 동해펄프의 경영권 장악을 둘러싸고 한국제지와 신무림제지간에
벌어진 주식매집 경쟁도 마찬가지다.
확실한 안정지분을 확보하지 못한 기업들은 이래저래 불안할수 밖에 없게
됐다.
<최승욱기자>
(한국경제신문 1996년 2월 24일자).
수십년간 쌓아온 동업및 협력관계가 대주주간의 경영권 분쟁으로 하루아침
에 무너지면서 나타나고 있는 극단적인 현상이다.
지분율차가 크지 않은 1대 또는 2대 주주측의 경영권 장악 시도에 대응한
다른 대주주측의 "원군"을 동원한 저항으로 최근 동업기업의 경영권 변동이
잇따라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제일물산이 신원그룹으로 넘어가게 주된 원인은 창업동업자 2세간의 경영
주도권 쟁탈전.
제일물산은 지난 53년 김해동 김중배 정판석씨의 공동출자로 창업된이후
창업 2세이자 1대 주주인 김인식회장일가의 주도권아래 공동경영형태를
취해왔다.
그러다가 지난 93년 김회장측의 지분율이 형제간 불화에 따른 주식처분으로
2대 주주(김인준이사측)수준으로 격감했음에도 자회사인 제일유니버설을
김회장에게 매각하고 2대주주측의 임원을 해임하면서 동업관계에 결정적인
금이 가게 됐다.
신원그룹은 2대주주측의 주식매입요청에 따라 20.9%의 지분을 취득한뒤
지난 주총에서 1대주주측의 지분 인수에 합의하고 당분간 2대주주측과 공동
경영키로 했다.
지난해초 성사된 동부그룹의 한농 인수도 같은 맥락이다.
한농은 지난 53년 정규삼 김창윤씨가 공동으로 설립했다.
지난 94년말에는 1대주주인 정씨측 지분은 부사장이었던 아들 정철호씨등을
포함, 24.76%였고 김씨측 지분은 사장이었던 사위 신준식씨등 24.47%였다.
회사경영에 불만을 품은 1대 주주측은 동부그룹을 끌어들여 2월 주총에서
2대 주주측 임원을 몰아내면서 보유지분도 동부그룹측에 넘겼다.
오랜 우호적 동업회사에 대한 최초의 대주주간 지분쟁탈전이 벌어진 곳은
경남에너지이다.
94년 8월 동사가 증시에 상장될 당시 1대 주주인 원진의 지분율은 14.56%
였고 2대 주주인 가원은 13.06%(이상 특수관계인 지분 포함)였다.
원진측은 같은해말 경영권 장악을 위해 공개매수신고서를 제출하자
가원측은 대웅제약을 끌어들어 공개매수작전을 좌절시켰다.
지난해 10월 원진은 경동보일러를, 가원은 경남에너지의 경영권을 확보
하기로 합의하면서 동업관계는 완전히 끝났다.
이같이 동업기업이 흔들리는 것은 대체로 창업세대들이 물러나고 경영권이
창업 2세로 이전됐거나 옮겨지는데 따른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소규모회사에서 같이 땀을 흘렸던 공동창업자간의 끈끈한 정이 후손들에게
까지 이어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상속과정에서 지분구조가 바뀔 가능성도 있다.
증권업계에서는 동업형태의 상장기업중 제2의 제일물산이 연이어 나타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특히 경영권이 2세들에게 넘어왔으나 1,2대 주주간의 지분차가 크지 않은
기업의 경우 M&A 가능성이 더욱 높다.
한국카프로락탐의 지분을 둘러싼 합섬 3사간의 분쟁은 특정사업영역에
대한 기업간의 암묵적인 협력체제시대가 종말을 고하고 있음을 알리는
또다른 신호탄이다.
지난해 동해펄프의 경영권 장악을 둘러싸고 한국제지와 신무림제지간에
벌어진 주식매집 경쟁도 마찬가지다.
확실한 안정지분을 확보하지 못한 기업들은 이래저래 불안할수 밖에 없게
됐다.
<최승욱기자>
(한국경제신문 1996년 2월 2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