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세기 최후의 거대시장"

일본 재계를 대표하는 경단련의 미요시 마사야 회장은 지난해 인도방문길
에서 인도를 이렇게 표현했다.

그만큼 인도의 성장 잠재력은 크다는 얘기다.

일본기업들이 오는 2000년까지 가장 많은 돈을 투자할 나라로 단연 인도를
꼽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9억명 인구를 가진 엄청난 시장잠재력, 중간소득층의 태두, 잇따른 규제
완화..

이런 인도의 매력은 신중하기로 이름난 일본기업들의 투자 발길까지 끌어
당기고 있다.

인도 투자에 전력하는 대표적인 일본 기업이 소니다.

소니는 지난해 7월 하리아나주에서 컬라 TV공장 가동에 들어갔다.

외국기업의 투자가 끊이지 않는 인도에서는 대수롭지 않은 듯 보이지만
사실은 작은 "사건"이었다.

이 공장은 소니가 1백% 출자한 회사였기 때문이다.

외국자본을 엄격히 제한하는 인도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일이었다.

인도정부가 소니에게 전액 출자회사 설립을 허용하면서 내건 조건은
"소니의 모든 사업을 인도로 갖고 들어오라"는 것이었다.

기술이전을 겨냥한 조치였다.

소니는 96년 위성방송기기, 97년 브라운관, 99년 미니디스크등의 사업을
차례로 인도에 들여올 계획이다.

21세기초까지 인도에서 10개의 공장을 가동시킨다는 청사진도 그리고 있다.

그러나 일본기업의 대인도 투자붐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는 미국과 유럽등
서구기업들의 투자열기에는 미치고 못하고 있다.

대인도투자인가액(91년-94년누계)을 보면 미국과 영국이 단연 발군의 투자
실적을 기록하고 있다.

스위스와 독일이 3위 일본의 뒤를 바짝 쫓고 있다.

대만 최대 PC업체 에이서가 방글로르시에서 PC생산에 들어가는등 아시아
기업의 투자도 최근들어 부쩍 늘었다.

인도경제의 이런 눈부신 변신을 성공시킨 일등공신은 지난 91년 6월 취임한
나라시마 라오 인도총리.

라오총리는 취임과 동시에 외자도입등을 기둥으로 하는 "신산업정책"을
내걸고 국가 재건에 착수했다.

각종 규제를 풀고 경제교역의 벽도 낮췄다.

3주이상 걸리던 통관절차를 이틀만에 마칠수 있도록 간소화했다.

2백50%에 달하던 컴퓨터 수입관세도 90%대로 끌어 내렸다.

전력 확충등 각종 인프라스트럭처 정비도 본격화했다.

외국투자 우대조치, 주식보유 한도 확대등 과감한 개방조치도 취했다.

이런 노력 덕분에 라오총리는 취임당시 1%에도 못미쳤던 경제성장율은
6%대까지 끌어올렸다.

경제발전을 기반으로 인도기업들도 외국기업 못지 않은 활약을 보이고
있다.

인도 제약업계의 간판스타 란바크시 래버러토리사는 지난해 5월 인도기업
으로는 최초로 중국에 진출, 광동성에 의약품합병회사를 차렸다.

이 기업의 연간매출은 2억8천만달러.

세계 유력 업체들에 비하면 적은 규모이지만 총 매출의 44%를 수출로
벌어들이는 "국제적인" 기업이다.

인도 2위의 재벌 아디티야빌라 그룹도 지난해 총 4억달러 규모의 대태국
투자계획을 발표, 주변을 놀라게 했다.

인도 최대기업이면서도 내수에만 치중했던 타타그룹도 지난해 4월 일본
히타치와 손잡고 도쿄에 합작회사를 설립하는등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

물론 인도경제의 앞날이 장밋빛 일색인 것만은 아니다.

오는 4월 치러지는총선에서 정권이 바뀔 경우 지금까지의 개방정책이 다시
원상태로 돌아갈 위험도 있다.

노동제도, 사회간접자본시설미비등으로 기업운영도 쉽지 않다.

지난해말 미엔론사의 화력발전소 건설 계약 취소사태는 인도 경제의
불안을 말해주는 대표적인 사건이었다.

당시 엔론사는 서부 마하라슈트라주에서 28억달러짜리 화력발전소 건설
사업을 추진중이었으나 주정부는 돌연 계약을 파기하고 나섰다.

겉으로는 계약조건 불리와 환경오염등을 이유로 대고 있지만 사실은
힌두지상주의자들이 주정부를 장악하면서 외국자본에 대한 반감이 짙어졌기
때문이었다.

일본 도시바도 노.사분규등으로 인도의 건전지 공장 가동을 중단한지 벌써
3년이나 됐다.

그러나 외국기업들의 대인도진출의욕은 꺽이지 않고 있다.

인도에는 구매력을가진 중간 소득층만도 2억5천만명이 있다.

이 숫자는 매년 10%이상의 비율로 늘어나고 있다.

이미 7천개 이상의 회사가 인도 전역 21개 증권거래소에 상장돼 있을 만큼
자본시장규모도 크다.

지리적으로도 아시아와 중동, 아프리카, 유럽을 잇는 요충지에 들어서
있다.

이런 거대한 시장을 놓칠 수 없다는 것이 세계 투자가들의 한결같은 마음
이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2월 2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