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7월 인도 뉴델리시에는 낯선 승용차가 등장해 행인들의 눈길을
붙잡았다.

대우자동차가 생산한 씨에로가 첫 선을 보인 것이었다.

인도의 중상류층을 주고객으로 한 이 차는 이미 시판전부터 큰 화제를
불러모았다.

시판을 앞두고 실시한 예약판매에서 순식간에 10만대의 예약고를 올렸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현지언론에서는 "씨에로 선풍"이라고 표현했다.

이 씨에로 선풍은 조만간 "코리아 선풍"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대우에 이어 현대 기아 등 완성차업체들이 잇따라 인도시장공략에 나서고
있어서다.

이들이 추진중인 투자계획대로라면 당장 내년말부터는 25만여대의 한국차가
쏟아져 나오게 된다.

이처럼 국내 자동차업체가 인도진출에 열을 올리는 것은 중국에 버금가는
거대시장인 인도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전략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특히 인도는 완성차 수입을 금지하고 있기 때문에 현지진출이 아니고서는
시장공략이 불가능하다.

이와함께 인도의 저임노동력을 활용, 가격경쟁력을 갖춤으로써 인도주변의
서남아와 동남아국가에 대한 수출거점을 확보하겠다는 계산도 깔려 있다.

이런 배경에서 시작된 국내 자동차업체들의 "인도상륙작전"에서 최선봉에
선 업체는 역시 대우자동차다.

대우는 지난해 7월 뉴델리 인근 노이다시에 연산 2만5,000대 규모의 현지
씨에로조립공장을 건설, 본격 가동에 들어간데 이어 올 연말까지는 6만대
규모로 확장한다는 방침이다.

이 공장은 원래 도요타와 DCM이 현지에 합작설립한 상용차생산회사인
DCM도요타사의 지분중 51%를 대우가 인수한 후 승용차및 상용차공장으로
확장한 것이다.

대우는 이와 별도로 오는 98년까지 10억달러를 추가 투자, 연산 10만대
규모의 소형승용차 공장과 30만대 규모의 엔진및 트랜스미션 생산공장을
건설키로 했다.

이 회사는 장기적으로 엔진 트랜스미션 등 핵심부품을 대량 생산, 동남아
일대에 공급하는 방안을 구상중이다.

현대자동차는 전액 단독 출자로 오는 2001년까지 11억달러를 투자, 인도에
20만대 규모의 승용차 공장을 건설키로 했다.

현대는 당초 현지업체와 합작으로 국민차 등 경차를 생산하는 방안을 추진
했으나 파트너가 마땅치 않아 단독투자로 방향을 선회하고 생산차종도
국민차에서 엑센트 쏘나타 등 자사가 개발한 차로 바꾸기로 했다.

단독투자에 따르는 위험부담을 감수하면서라도 인도에 진출키로 한 부분
에서 인도진출에 대한 현대의 강한 의지를 읽을수 있다.

현대자동차의 공장입지는 인도의 디트로이트라 불리는 남부 마두라스와
라자스탄 두 곳이 검토되고 있다.

현대자동차 관계자는 "인도를 인도네시아와 함께 아시아 시장의 거점으로
활용한다는 방침에 따라 현지에 대규모 투자를 하기로 했으며 차종을
엑센트 쏘나타 등으로 바꾼 것도 인도 내수판매에 한정치 않고 제3국에
수출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아자동차는 다른 업체들과 차별화된 차종으로 승부를 건다는 방침에 따라
뭄바이 인근에 연산 3만대 수준의 스포티지조립공장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국내 승용차업체들이 이처럼 인도진출에 적극 나섬에 따라 앞으로 인도
시장에서 미 일 유럽등 선진업체들과의 한판승부도 예상되고 있다.

인도는 지난 93년부터 외국 자동차업체에 51%까지 지분을 허용하고
국산화율 의무조항과 승용차 생산능력 제한도 철폐해 세계 자동차업계의
각축장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인도에 신규진출한 자동차업체는 대우외에도 피아트 GM 벤츠 등이
있다.

이들 3개 업체는 오는 4월부터 본격 가동에 들어갈 예정이다.

이밖에 포드 혼다 폴크스바겐 등도 인도 진출을 위해 합작선을 물색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일본 스즈키사는 이미 지난 83년 인도정부와 합작으로 마루티사를 설립,
연간 20만대를 생산하고 있다.

이에따라 앞으로 인도시장은 세계 자동차 열강들의 경쟁력을 가늠하는
시험장이 될 전망이다.

<정종태기자>

(한국경제신문 1996년 2월 2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