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4년 10월 싱가포르가 제안한 ASEM은 아시아와 유럽 각국의 지지를
얻어 이번에 열리게 됐다.

제안된지 얼마안돼 이처럼 대규모 정상회의가 성사된 것은 무엇보다 각국이
정치안보 경제적으로 개최의 필요성에 공감했기 때문이다.

개최배경으로는 세계경제에 흐르고 있는, WTO로 대표되는 다자주의적 세계
교역질서 형성노력과 함께 APEC NAFTA EU통합 등으로 대표되는 지역주의
움직임을 거론할 수 있다.

지난 93년초 EU가 발족시킨 유럽단일시장(European Single Market)의
태동을 전후해 "유럽의 요새화(Fortress Europe)"를 통한 보호무역주의의
확산추세에 대항해 방어적인 지역협력체 및 경제블록들이 등장하기 시작
했다.

ASEM은 바로 이같은 현상에 대한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각 지역협력체 및
경제블록간 연계의 필요성이 높아진 시점에서 적절히 제안돼 개최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정치안보측면에서도 탈국경적인 이슈들이 대거 등장함에 따라 유럽과
아시아간 협력의 필요성이 높아졌다.

냉전이후시대 국제안보 개념은 진영간 군사대결의 위험이 제1차적인
문제로 간주되던 협의의 안보개념으로부터 점차 환경 난민 마약 기아 등
인간안보(human security)로 확대되고 있다.

이는 냉전구조하에서 군사안보측면을 중심으로 조직.운영돼 왔던 지역단위
의 국가간 협력패턴에서 벗어나 세계적 차원의 문제인식과 해결이 필요하다
는 것을 의미한다.

ASEM은 경제와 정치안보측면에서 3극체제의 균형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
된다.

최근 세계경제는 북미 유럽 아시아가 세계 총수출의 89%, 총수입의 88%를
차지함으로써 이 세 지역이 세계경제의 교역 및 성장을 결정하는 삼극체제로
변모하고 있다.

아시아지역은 북미 및 유럽지역에 대해 모두 무역흑자를 내고 있다.

양지역과의 교역이 아시아 경제발전에 매우 긴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셈이다.

이같은 추세는 21세기 초반까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 허귀식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2월 2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