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디자이너들이 패션의 본고장 이탈리아로 생산기지를 옮겨
이탈리아산 한국의상을 내놓는다.

"신강식부티크"와 "벵투와"등 2개 브랜드를 갖고 있는 디자이너
신강식씨는 올봄 시판물량의 10%를 이탈리아에서 주문생산해 "메이드인
이탈리아" 상표로 판매할 예정이다.

작년봄부터 이탈리아 밀라노컬렉션에 참가해온 해외파 디자이너
김영주씨(파라오 대표)도 지난해 11월 이탈리아 의류생산공장과
계약, 올 추동제품부터 이탈리아산 "영주김"브랜드 의상을 선보일
계획.

이같은 움직임은 수입의류에 밀려 설 자리를 잃고 있는 국내
여성디자이너브랜드들이 인건비에 비해 봉제기술이 좋은 이탈리아에서
제품을 생산함으로써 가격과 품질면에서 경쟁력을 회복하려는데서
비롯된 것으로 풀이된다.

또 이탈리아에서 생산할 경우 원단가가 원단만 따로 수입할 때보다
훨씬 낮아진다는 점도 중요요인.

신강식씨는 우선 한국에서 봉제하기 어려운 메탈 비닐등 특수소재
의상과 니트류부터 이탈리아 생산을 시작한다.

이탈리아의 경우 니트기술이 뛰어난데다 같은 디자인이라도 봉제기술의
우수성으로 한결 맵시있는 옷을 만들어낸다는 것이 신씨의 설명.

신씨는 "한국산보다 소비자가격이 5~10% 올라가겠지만 소재나 품질면에서
이탈리아제에 비해 손색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김영주씨는 올 추동시즌부터 "영주김"브랜드의 일부 물량을
이탈리아에서 생산한다.

<<< 신원 등 2년전부터 이탈리아 제휴...고부가화 앞당겨 >>>

신원(모두스비벤디)과 서광(보스렌자) 코오롱(맨스타)등은 이미
2년여전부터 일부제품을 양복 봉제기술이 앞선 이탈리아에서 생산,
한국 브랜드가 붙은 이탈리아제 양복을 국내 소비자들에게 선보여 왔다.

이같은 유럽주문생산체제의 확산은 중저가의류 생산공장을 중국 등
인건비가 싼 동남아로 이전하는 것과는 대조적인 현상.

이는 국내패션계가 가격경쟁력을 중시하는 쪽과 고품질 고가격 위주의
두 갈래로 크게 나눠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탈리아나 프랑스에서 제작하는 측은 한국의 디자인과 유럽의 봉제기술을
결합시킴으로써 수입의류와 겨루고 나아가 패션을 명실공히 고부가가치산업
화한다는 전략이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비싼 것은 무조건 유럽에서 만들 게 아니라 국내
봉제기술 개발에 힘써야 할 것"이라고 얘기하고 있다.

< 고두현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2월 2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