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감이나 커텐 벽지등의 무늬를 뜻하는 직물 디자인은 저작권
보호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형사2부(주심 박만호대법관)는 24일 미국의 직물제조.판매사인
코빙톤 파브릭스사의 직물 무늬를 무단 사용한 혐의로 기소된 대한방직에
대한 저작권법 위반 사건 상고심에서 이같이 판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이번 판결은 외국 디자인을 주로 응용하고 있는 국내 섬유업계 등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여 직물디자인과 같은 응용미술의 저작권
보호를 놓고 한미간에 벌어져 온 무역마찰이 심화될 전망이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산업상 대량생산에 이용할 목적으로 창작되는
응용미술작품이 곧바로 저작권법상의 저작물로 보호된다고 할 수는
없다"고 전제한뒤 "이 사건의 직물디자인은 그 자체가 하나의 독립적인
예술적 특성이나 가치를 지니고 있지 않는 만큼 저작권법의 보호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국내 산업계는 직물무늬와 같은 응용미술품에 대해서는
의장법에 의한 보호에 익숙해 있어 이를 저작권법으로 보호할 경우 업계에
큰혼란을 끼칠 우려가 있다"고 덧붙였다.

대한방직은 92년 8월부터 93년 2월까지 코빙톤사가 미국에서 저작권
등록을 마친 직물도안 "르데지레" 등을 사용, 원단 2만m (싯가 3천4백
만원)을 생산한 혐의로 고소돼 1심에서 벌금 3백만원을 선고받았으나
2심에서는 무죄를 선고받았다.

< 윤성민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2월 2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