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로부터 급여를 받으면서 노조업무에만 전념하는 노조전임제를 회사
측이 일방적으로 거부하거나 전임자수를 축소조정하더라도 법적으로 아무
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이번 판결은 노조전임자 축소문제가 최근 노동계의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상당한 파문이 예상된다.

대법원 특별3부(주심 지창권대법관)는 25일 (주)한밭택시등 대전지역
35개 운수회사가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낸 "중재재심결정취소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이같이 판시,원고 패소판결을 내린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
고법으로 되돌려 보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노조전임제는 노조에 대한 편의제공의 한 형태일
뿐 임금이나 근로시간,해고등과는 달리 근로자의 대우를 규정한 근로조건
은 아니다"며 "따라서 노조전임제 문제는 임의적 교섭사항에 불과해 노동
쟁의나 중재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중노위가 노조전임제와 관련된 분쟁을 노동쟁의로 간주,
직권중재결정을 내린 것은 위법"이라고 덧붙였다.

이는 대법원이 노조전임제를 노사간의 필수 교섭사항인 "근로조건"이 아
니라 수용여부가 사용자의 재량에 달린 "임의적 교섭사항"으로 규정한 것
이다.

임의적 교섭사항이란 사용자가 교섭에 응하지 않거나 일방적인 조치를
취하더라도 부당노동행위에 해당되지 않으며 노조가 이를 쟁점으로 삼아
쟁의를 일으키면 불법 쟁의로 간주된다.

노동부 관계자는 "대규모 사업장의 경우 현재 노조전임자가 30~40명에
달하고 있어 사측에서 노조전임자 축소를 강력히 요구하고 있는 추세"라며
"이번 판결은 근로자에게 상당히 불리하게 작용할 수도 있어 노동계의 거
센 반발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주)한밭택시등 35개 운수사는 92년 6월 각 회사 노조와 단체교섭에들어가
노조전임제 문제등으로 1년동안 합의점을 찾지 못하던 중 충남지방노동위원
회가 93년 7월 직권으로 노조전임제를 인정하는 중재 결정을 내리고중노위의
재심에서도 회사측 신청이 기각되자 소송을 냈다.

< 윤성민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2월 2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