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판매경쟁이 아니다. 단지 상대방을 죽이기 위한 경쟁이다"

미국 굴지의 컴퓨터회사들이 일본의 후지쓰를 상대로 일본공정거래위원회
(JFTC)에 불공정거래행위조사를 의뢰하면서 밝힌 주장이다.

후지쓰의 PC판매전략에 대한 반응이다.

미컴퓨터회사들은 최근 후지쓰가 미제 PC보다 20~30% 낮은 가격으로 PC를
출하하고 있는데 대해 덤핑행위로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 후지쓰는 연초부터 "일본내 PC시장 장악을 위해선 손해를 감수할
수도 있다"고 공공연히 밝혔다.

후지쓰는 PC부문에서 다소 손해를 보더라도 반도체나 통신기기부문에서
워낙 큰 이익을 남기고 있어 전혀 지장이 없다는 계산에서 이런 자세를
취할수 있는 입장이다.

후지쓰는 지난해에도 PC업체간 가격할인경쟁에 주도적으로 참여했다.

가격파괴전략으로 94년 9%선에 머물던 후지쓰의 PC시장점유율은 지난해
18.2%로 높아져 일본내에서 일약 판매순위 2위업체로 부상했다.

후지쓰에 2위자리를 빼앗긴 업체는 미국의 애플.

애플도 매킨토시컴퓨터 "퍼포머588" 기종의 판매가격을 1,615달러에서
760달러로 내리는 등 가격할인경쟁에 적극 동참했으나 후지쓰의 가격파괴
공세를 도저히 당해낼 수가 없었다.

애플과 컴팩등 미컴퓨터업체들의 약점은 PC저가판매로 영업수익이 악화될
경우 이를 상쇄할 수 있는 다른 사업부문이 없다는 것.

이런 사정을 잘알고 있는 후지쓰는 이참에 미컴퓨터업체들을 안방에서
완전히 몰아내겠다는 태세다.

미국 시장조사회사 데이터퀘스트의 분석에 의하면 후지쓰는 지난 1월
2,000달러짜리 PC 한대당 약300달러씩 매일 100만달러의 손실을 입었다.

후지쓰측도 현재 PC판매가격이 원가수준임을 인정하고 있다.

이 원가의미에서는 광고판매비와 수배송비용 등이 제외되어 있다.

세키자와 다다시 후지쓰사장은 "지난해 일본에서는 PC수요가 71% 늘어났고
올해도 비슷한 수준의 신장률을 보일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그러나 사업은
어디까지나 생존경쟁이기 때문에 공격적인 가격할인전략을 계속 고수할것"
이라고 말했다.

일본 PC시장의 3분의1을 차지하고 있는 미국 컴퓨터업체들은 요즘 "후지쓰
쇼크"에 비틀거리고 있다.

공교롭게도 지난 92년 미컴퓨터업체들이 대규모 가격할인전략으로 일본
시장 공략을 강화했을 때 일본업체들이 이를 "컴팩쇼크"로 이름붙였다.

< 박순빈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2월 2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