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청료와 길은 루퍼트 머독이 거느린 언론제국의 전자도시 로마로
통한다"

세계적인 언론황제 루퍼트 머독의 야심을 담은 말이다.

그의 제국은 20세기폭스(미국), 커낼폭스(라틴아메리카), 더 타임스,
브리티시 스카이브로드캐스팅(영국), 폭스(독일), 스타TV(홍콩), 폭스텔
(호주)등 4개 대륙에 걸쳐 있다.

자신의 위성TV망을 앞세워 전세계 시청자의 눈과 귀를 점령하고 있는
것이다.

그는 언론산업계의 수많은 찬사와 비난을 한꺼번에 받고 있지만 동시에
쓰러지지 않는 언론거인으로 부러움까지 사고 있다.

그에 대한 이러한 세상의 평과 언론제국구축의 성과는 그의 사업전략과
기업인으로서의 자세를 배경으로 한다.

실제 라이벌사인 타임워너, 디즈니가 그가 소유한 뉴스사보다 다양하고
질좋은 프로그램을 만들어내고 있다.

20세기폭스영화사는 할리우드 시장점유율면에서 다른 영화사에 비해 언제나
뒤처진다.

그렇다고 미국내에서 TCI나 휴즈커뮤니케이션보다 더 규모가 큰 케이블이나
위성망을 거느리고 있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그가 언론의 황제로 군림하고 있는 것만은 틀림없다.

무엇보다 그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철저하게 결합시키는 사업전략을
구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TV위성과 TV방송국 케이블 영화사 출판등 세계적인 배급망을 연결시켜
영화 TV프로그램 뉴스등을 가장 적절하게 채워넣는 식이다.

신속한 시장돌파능력도 그의 주특기이다.

북미지역에 위성TV망을 설치하자마자 아시아 라틴아메리카 영국등으로
세력을 넓혀 갔다.

지난해 멕시코의 그룹 포 텔레비자, 브라질의 글로보&텔리커뮤니케이션과의
합작사설립등이 좋은 예이다.

이젠 수십억 중국인들에게 안테나를 맞추고 있다.

뉴스사가 홍콩의 스타TV를 통해 중국의 CCTV에 프로그램을 공급하고 대신
CCTV는 스타TV의 신설위성인 아시아새트2위성 사용권을 갖는다는 협상을
벌이고 있다.

그래서인지 남들이 신발끈을 추스릴 때 그는 수십가지의 아이디어로 무장
하고 앞서 내달린다는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용감한 사람만이 부를 거머쥔다는게 그의 신념이기도 하다.

주위에선 자신의 전략적 비전을 실행하는 실천력에 있어 어느 기업가도
루퍼트 머독을 따를 수 없다고들 한다.

머독의 가족들이 뉴스사의 지분을 28%나 갖고 있는 것도 유리한 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머독의 라이벌들이 두려워하는 점은 뉴스사의 재무상태가 워낙 튼튼하다는
것이다.

지난해엔 13억달러에 달하는 수익을 거두었을 뿐만아니라 바이어컴과
타임워너등 경쟁사들이 부채에 허덕이던 지난 하반기에 100년짜리 장기채를
과감히 발행하기도 했다.

그러나 비난의 화살도 적지 않다.

사업방식이 저돌적이고 야비한 것으로 비쳐지기도 하고 가는 곳마다 현지의
사업규칙이나 관행을 아예 무시해 자신의 적을 만들기 때문이다.

사업관련 정치인이나 관료들을 구워 삶아 자신의 이권을 챙긴다는 것이다.

한편에선 그러한 그의 사업행위를 두고 독점을 깨는 "창조적 파괴"라고까지
치켜세우는 이도 없지는 않다.

머독은 또 카멜레온적 기질을 소유한 기회주의자라는 평을 듣기도 한다.

3년전 그는 런던에서 위성방송은 통제주의의 적이라고 했었다.

하지만 그가 중국으로의 위성방송진출을 앞두고 위성방송과 통제주의는
가장 절친한 친구라는 제스처를 중국정부에 해 조지 오웰의 동물농장을
연상케 하기도 했다.

어쨌든 그는 과감한 "세계화" 사업전략과 야망으로 또 다른 새로운 미디어
미개척지를 찾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지난 2월초 미의회에서 통과된 통신.방송사업간의 상호진출
규제완화안을 담고 있는 통신법개정안은 언론황제 루퍼트 머독에게 싱싱한
날개를 달아준 셈이다.

< 김홍열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2월 2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