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관계는 곧 공동선의 문제입니다.

기업이 종업원의 의사를 존중하고,종업원은 기업발전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는 공동선이 형성될 때 노사문제는 자연스럽게 해결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서울대 배무기교수(경제학)가 현시점에서의 한국 노사관계를 고찰하고
그 발전방향을 모색한 "한국노사관계의 개혁-대립에서 협력으로의 전환"
(경문사간)을 펴냈다.

서울대경제연구소가 동양그룹설립자 고이양구회장의 아호를 딴
서남재단(이사장 이관희)의 지원을 받아 발간키로 한 "서남한국경제연구
총서" 첫째권.

"93년 미국의 노사관계 모범업체를 둘러보면서 우리기업도 충분히 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갖게 됐습니다.

노사관계를 무조건 대립의 관계로 생각하는 낡은 사고방식에서 벗어나
포지티브-섬 (Positive-Sum) 게임, 또는 승-승의 교섭관계 (Win-Win
Bargainning) 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긍정적 노사관계 구축이야말로 한국기업이 고능률 생산조직으로
탈바꿈하고 국제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필연적 과정이라고 설명하는
배교수는 모토로라, GM-Saturn, AT&T 등 노사관계 우량기업의 사례와 함께
새로운 노사관계이론을 소개했다.

그속에서 최고경영자나 기업이 "분규만 없으면 그만"이라는 기존의
사고방식에서 탈피, 종업원의 의사를 존중하는 새로운 노사관계 패러다임을
모색해야 함을 밝힌 것.

또 이러한 인식을 토대로 구체적 제도와 프로그램이 보완된다면
회사발전에 헌신적으로 참여하는 새로운 종업원상 창출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가장 고심했던 것중 하나는 과연 노사협력관계가 한국인의 가치관에
부합하느냐는 문제였습니다.

한국인의 가치관은 이제 권위주의에서 평등주의, 집단주의에서 개인주의로
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직 많은 부문에서 집단주의 성향이 강한만큼 기업을 하나의
공동체로 묶어내는 것이 중요합니다.

공동선의 문제가 여기서도 제기되는 것이지요"

배교수는 국내 몇몇기업의 경우 이미 선진적인 노사관리에 들어가고
있다며 진정한 노사협력관계 구축을 위해서는 최고경영자의 인식전환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기술이나 경영관리적 측면에서의 노사협력 여건이 빠른 속도로 조성되고
있는만큼 기업이 열린 의사결정구조를 하루빨리 정립한다면 회사와 종업원
모두가 공동선을 향해 결집될수 있다는 설명이다.

"한국노사관계의 개혁"에는 현단계 한국노사관계의 문제점, 새로운
이론적 접근, 미국기업의 사례, 협력적 노사관계의 가능성과 구체적인
제도와 프로그램, 21세기 노동문제와 대책 등이 총10장에 걸쳐 담겨있다.

부록으로 서울대최고경영자과정의 "기업내 노사관계를 협력적인 것으로
만드는 길" 기조강연 요지를 실었다.

배교수는 서울대상대와 미뉴욕시립대를 졸업했으며 한국노동경제학회장과
한국노동연구원장을 역임했다.

현재 서울대경제연구소장으로 재직중.

<김수언기자>

(한국경제신문 1996년 2월 2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