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마거사가 비야리성에 들어오자 광엄동자가 "어디서 오셨습니까"하고
물었다.

그랬더니 거사는 도량에서 왔노라고 대답했다.

"도량이 어딥니까"하고 동자가 다시 물었다.

유마거사의 대답은 간단명료했다.

"도량이 바로 직심이지.

올바른 마음, 거짓이 없는 마음, 그것이 바로 도량이야" "유마경"에
나오는 이야기다.

또 "법화경"에는 불경이 머무는 곳이면 숲속이든 나무밑이든 승방이든
민간집이든 전당이든 산곡이든 광야이든, 그곳이 곧 도량이라는 말도
있다.

"부처님 말씀"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 불도를 닦는 도량이 될 수 있다는
교훈이 담겨있는 이야기다.

최근 서울은평구갈현동에 있는 조계종 수국사가 중창불사를 벌이면서
60여억원을 들여 사찰의 대웅전을 비롯 종각까지 99.9%의 황금으로
장엄하는 작업을 벌이고 있어 화제가 되고 있다.

공정이 25%나 진행됐다니 국내 첫 "황금사원"이 서울에 생길 날도
멀지 않았다.

일본 교토의 김각사처럼 황금사원이 비치도록 대웅전 앞에 2,000여평의
연못을 만들어 관광명소로 만들겠다는 사찰측의 발상이나 금각사가
50여평이지만 "황금사원 수국사"는 대웅전만 108평이나 된다는 것도
놀랍다.

한때 2년동안 5,000여 교회가 늘어나고 대도시마다 수백억원의
건축비를 쏟아부어 호화스런 대형교회를 앞다퉈 지었던 개신교에서는
최근 그같은 교회의 물량주의가 신앙의 질적 성숙을 방해했고 그
때문에 새교인도 감소했다는 반성의 소리가 점차 높아지고 있다.

봉사보다 외관을 갖추기 위해 조직을 강조한 것이 복음을 훼손하고
신도들의 도덕적인 삶을 외면하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것이 개신교측의
통렬한 자아비판의 내용이다.

대소교회들이 서로 공생하는 방안을 연구하고 경건운동 절제운동을
실행하는 교단도 생겼다고 한다.

대승불교에서 절대화 되어버린 부처님에게 존귀의 상징인 황금집을
지어드리려는 불자의 돈독한 믿음은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현 시점에서 황금사원을 만드는 것이 불교개혁이나 중흥에
그다지 시급한 일로 여겨지지는 않는다.

"삼국유사"에 나오는 노힐부득과 달달박박이라는 두 남자의 설화에서처럼
관세음보살이 목욕한 뒤 변한 황금물에 들어가기만 해도 득도한다면
모르겠지만 말이다.

그러나 지금은 불교가 팔만대장경을 데이터베이스화하는 시대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2월 2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