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인들에 대한 느낌이나 인상을 일일이 피력해 눈길을 끌었다.
전씨는 현대그룹 정주영 회장에 대해 "무에서 유를 창조하신 분"이라고
극찬한 뒤" 돈을 주면서 청탁 등 조건을 거는 무능한 기업인이 아니다"고
밝혔다.
또 삼성그룹 이병철 전회장(사망)에 대해서는 "아버지와 같은 연배로
대단히 자존심이 강한 분이어서 재임기간 동안 몇번 만나지도 못했다"고
언급한 뒤 "대통령보다 만나기 어려운 분"이라고 묘사했다.
전씨는 이와함께 자신보다 나이가 어린 동아그룹 최원석회장에 대해서는
"재임시에는 젊고 비교적 똑똑한 기업인"이라고 평한 뒤 "돈을 건네면서
청탁을 하는 등의 무례를 범하지는 않았다"는 등 호평을 했으나 마치
후배를 평가하듯이 진술했다.
한편 전씨는 자신이 수뢰혐의로 재판을 받는 피고인 신분이라는 것을
망각한 듯 일부 기업체 총수들에 대해 언급하면서 "교육을 시켰다" "훈계를
했다"는 등 권위주의적 용어를 사용, 방청객의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특히 전씨는 한일 김중원 회장과의 면담에서 "선친 타계후 한일그룹에
대해 불미스런 소리가 들린다"며"선친의 유지를 받들어 형제간에 재산
상속을 둘러싼 일로 잡음이 일지 않도록하라"고 타일렀다고 진술했다.
< 윤성민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2월 2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