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반도체] (2) 승자의 논리 .. "시장주도 자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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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6일(현지시간) 미실리콘 밸리 밀피타스시의 HEA(현대전자
미국법인)회의실.
오리건주 반도체 공장 기공식 참석차 이곳에 들른 정몽헌 현대전자
회장은 HEA임직원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한국 반도체업계는 승자입니다.
단언컨대 세계 반도체 1위 국가의 자리는 한국이 지켜나가게 될
겁니다"라고.
그의 말투에는 언제나 그렇듯이 자신감이 배어있었다.
그러나 그 자신감은 과거의 것과는 다르다.
기술이 없던 시절엔 "하면 된다"는 오기밖에는 없었다.
지금은 "되게 돼 있다"는 논리적 귀결점을 맺는다.
바로 승자의 논리다.
이같은 논리에는 나름의 근거가 있다.
우선 한국 반도체업계가 세계 시장의 주도권을 쥐고 있다는 것이다.
삼성 현대 LG 등 반도체 3사의 작년 세계 시장점유율은 31.6%였다.
지난 94년보다 3.9%포인트 늘어난 수치다.
그런데 이게 "올해는 40%를 훨씬 넘어설 것"(데이터 퀘스트 전망자료)으로
예상되고 있다.
일본업체들보다 한 발앞서 16메가D램을 양산하는 등 생산능력에서
경쟁국업체들보다 한 수 위라는 점이 근거로 꼽힌다.
예컨대 일본업체들은 올 하반기나 돼야 16메가 생산이 본격 궤도에
오르는 반면 삼성전자는 작년 말 세계 업체중 처음으로 주력 제품을
4메가D램에서 16메가D램으로 전환했다.
현대와 LG도 빠르면 다음달에 바꾼다.
한국업체들에 의해 세계 시장의 주력제품이 교체되고 있다는 얘기다.
한국업계의 선두 질주는 16메가D램에서 끝나지 않을 게 분명하다.
삼성과 현대가 이미 64메가D램 생산라인을 가동중이라는 데서 그
가능성을 엿볼 수 있다.
LG반도체는 청주에 내년 완공을 목표로 단일공장으로는 세계 최대규모인
월 웨이퍼 8만장 가공규모의 64메가D램 공장을 짓고 있다.
이게 64메가D램 공장 건설계획만 발표하고 투자를 주저하고 있는 일본
업체들과 다른 점이다.
언제든지 출격할 수 있도록 차세대가 아니라 "차차세대"에 까지 선투자를
하고 있는 것이다.
승자의 논리엔 경기가 침체될 지 모른다는 우려도 통하지 않는다.
"침체 우려는 패자의 논리"(삼성전자 김광호부회장)라는 것이다.
"각 업체들의 과잉투자한 결과로 공급과잉이 일어난다"(미매릴린치사
보고서)는 게 침체 우려론이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물론 세계 반도체 산업의 메카인 미실리콘 밸리에서도
이 의견에 동조하지 않는 전문가들이 늘고 있다.
실리콘 밸리에서 투자전문가로 활동하고 있는 테리 윌포드씨는 "PC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른다고 해도 곧 바로 멀티미디어라는 대시장이 기다리고
있다"며 "경기침체 우려는 일부 기업들의 자신감 결여에서 나온 한낱
비관론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국내에는 오히려 침체국면을 반기는 사람들도 있다.
경기가 나빠져야 한국 반도체 산업이 한단계 도약할 수 있다는 역설적인
논리를 펴고 있는 것.
"공급과잉이 일어나고 반도체 가격이 떨어지면 업체에 따라서는 회복
불능의 타격을 입게 된다.
사업에서 손을 떼는 회사도 생길 수 밖에 없다.
결국 메이저들은 남고 신규 투자한 대만업체등 마이너들은 포커판에서
물패를 든 사람처럼 판을 거둬들일 수 밖에 없다"(김영환HEA사장)는
주장이다.
물론 국내 업체는 메이저에 남는다는 게 "물패 정리론"을 주장하는
사람들의 시각이다.
아무리 상황이 나빠져도 견뎌낼 만한 힘을 비축하고 있다는 것.
예컨대 삼성전자는 현재 가동중인 공장들의 감가상각을 모두 끝냈다.
감가상각은 원래 4년에 마치는 게 원칙이다.
하지만 특별상각으로 2년만에 정리했다.
현대와 LG도 감가상각기간을 줄이고 있다.
이 말은 앞으로 매출액에서 원재료비와 인건비만 빼면 모두 이익이
된다는 뜻이다.
하지만 섣부른 낙관은 금물이다.
반도체 원재료인 웨이퍼 부족현상등 몇 가지 변수가 아직 "안개"속에
가려져 있기 때문이다.
또 국내 생산기지에서는 일본 대만 등보다 16메가D램 등의 투자에서
한 발 앞서 있다지만 해외투자에서는 오히려 후발업체 신세다.
투자비용회수에 있어서 일본업체들보다 유리하지만은 않다는 얘기다.
"승자의 논리"가 "메이드 인 글로브"체제에서도 통할지는 좀 더
지켜볼 일이다.
< 샌호제이(미캘리포티아주=조주현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2월 29일자).
미국법인)회의실.
오리건주 반도체 공장 기공식 참석차 이곳에 들른 정몽헌 현대전자
회장은 HEA임직원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한국 반도체업계는 승자입니다.
단언컨대 세계 반도체 1위 국가의 자리는 한국이 지켜나가게 될
겁니다"라고.
그의 말투에는 언제나 그렇듯이 자신감이 배어있었다.
그러나 그 자신감은 과거의 것과는 다르다.
기술이 없던 시절엔 "하면 된다"는 오기밖에는 없었다.
지금은 "되게 돼 있다"는 논리적 귀결점을 맺는다.
바로 승자의 논리다.
이같은 논리에는 나름의 근거가 있다.
우선 한국 반도체업계가 세계 시장의 주도권을 쥐고 있다는 것이다.
삼성 현대 LG 등 반도체 3사의 작년 세계 시장점유율은 31.6%였다.
지난 94년보다 3.9%포인트 늘어난 수치다.
그런데 이게 "올해는 40%를 훨씬 넘어설 것"(데이터 퀘스트 전망자료)으로
예상되고 있다.
일본업체들보다 한 발앞서 16메가D램을 양산하는 등 생산능력에서
경쟁국업체들보다 한 수 위라는 점이 근거로 꼽힌다.
예컨대 일본업체들은 올 하반기나 돼야 16메가 생산이 본격 궤도에
오르는 반면 삼성전자는 작년 말 세계 업체중 처음으로 주력 제품을
4메가D램에서 16메가D램으로 전환했다.
현대와 LG도 빠르면 다음달에 바꾼다.
한국업체들에 의해 세계 시장의 주력제품이 교체되고 있다는 얘기다.
한국업계의 선두 질주는 16메가D램에서 끝나지 않을 게 분명하다.
삼성과 현대가 이미 64메가D램 생산라인을 가동중이라는 데서 그
가능성을 엿볼 수 있다.
LG반도체는 청주에 내년 완공을 목표로 단일공장으로는 세계 최대규모인
월 웨이퍼 8만장 가공규모의 64메가D램 공장을 짓고 있다.
이게 64메가D램 공장 건설계획만 발표하고 투자를 주저하고 있는 일본
업체들과 다른 점이다.
언제든지 출격할 수 있도록 차세대가 아니라 "차차세대"에 까지 선투자를
하고 있는 것이다.
승자의 논리엔 경기가 침체될 지 모른다는 우려도 통하지 않는다.
"침체 우려는 패자의 논리"(삼성전자 김광호부회장)라는 것이다.
"각 업체들의 과잉투자한 결과로 공급과잉이 일어난다"(미매릴린치사
보고서)는 게 침체 우려론이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물론 세계 반도체 산업의 메카인 미실리콘 밸리에서도
이 의견에 동조하지 않는 전문가들이 늘고 있다.
실리콘 밸리에서 투자전문가로 활동하고 있는 테리 윌포드씨는 "PC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른다고 해도 곧 바로 멀티미디어라는 대시장이 기다리고
있다"며 "경기침체 우려는 일부 기업들의 자신감 결여에서 나온 한낱
비관론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국내에는 오히려 침체국면을 반기는 사람들도 있다.
경기가 나빠져야 한국 반도체 산업이 한단계 도약할 수 있다는 역설적인
논리를 펴고 있는 것.
"공급과잉이 일어나고 반도체 가격이 떨어지면 업체에 따라서는 회복
불능의 타격을 입게 된다.
사업에서 손을 떼는 회사도 생길 수 밖에 없다.
결국 메이저들은 남고 신규 투자한 대만업체등 마이너들은 포커판에서
물패를 든 사람처럼 판을 거둬들일 수 밖에 없다"(김영환HEA사장)는
주장이다.
물론 국내 업체는 메이저에 남는다는 게 "물패 정리론"을 주장하는
사람들의 시각이다.
아무리 상황이 나빠져도 견뎌낼 만한 힘을 비축하고 있다는 것.
예컨대 삼성전자는 현재 가동중인 공장들의 감가상각을 모두 끝냈다.
감가상각은 원래 4년에 마치는 게 원칙이다.
하지만 특별상각으로 2년만에 정리했다.
현대와 LG도 감가상각기간을 줄이고 있다.
이 말은 앞으로 매출액에서 원재료비와 인건비만 빼면 모두 이익이
된다는 뜻이다.
하지만 섣부른 낙관은 금물이다.
반도체 원재료인 웨이퍼 부족현상등 몇 가지 변수가 아직 "안개"속에
가려져 있기 때문이다.
또 국내 생산기지에서는 일본 대만 등보다 16메가D램 등의 투자에서
한 발 앞서 있다지만 해외투자에서는 오히려 후발업체 신세다.
투자비용회수에 있어서 일본업체들보다 유리하지만은 않다는 얘기다.
"승자의 논리"가 "메이드 인 글로브"체제에서도 통할지는 좀 더
지켜볼 일이다.
< 샌호제이(미캘리포티아주=조주현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2월 2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