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 대통령이 이번 싱가포르방문에서 거둔 가장 커다란 성과는
정상회담을 통해 세계에서 가장 역동적 경제성장을 보이고 있는 한국과
아세안국가들간의 실질협력기반을 마련했다는 점이다.

또 동남아지역의 관문인 싱가포르와 제3국공동진출을 포함한 경제협력
증진에 합의, 한국기업의 대동남아진출에 교두보를 확보했다는 점도 성과로
꼽힌다.

김대통령이 제의한 "한.아세안 21세기위원회"설치에 아세안의 주도국
싱가포르가 동의한 것은 이같은 협력기반구축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이 위원회가 발족되기 위해서는 싱가포르 이외의 다른 아세안회원국들이
동의를 해야하지만 대부분의 회원국들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는게
정부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이 위원회는 한.아세안 양측의 민간학계, 경제계, 언론계인사들을 중심으로
구성,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제반분야에서 한.아세안간 관계증진을 모색
하고 그 결과와 건의사항을 양측 정부에 제출하도록 되어있다.

또 21세기 아.태시대도래에 대비한 아세안과의 중,장기적 협력및 발전을
전망하고 바람직한 정책방향을 제시한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96~99년간 한시적으로 운영될 예정이며 회의개최는 연 1~2회정도로 계획
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는 이같은 성격의 21세기위원회를 미국및 일본과 각각
갖고있다.

김대통령이 그동안 아세안국가들이 요구해온 베트남 메콩강 개발계획
참여요청에 대해 상호협력의 폭을 넓힌다는 차원에서 적극 참여할 것이라고
밝힌 것도 한.아세안의 관계증진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우리나라가 이처럼 아세안국가들과의 협력증진에 힘을 쏟고있는 이유는
이들국가의 성장잠재력과 국제무대에서의 영향력때문이다.

아세안은 지난해 베트남의 가입으로 7개국으로 늘어난데다 오는 2000년
까지는 캄보디아, 라오스, 미얀마 등도 가입, 금세기말에는 동남아전역을
포함한 지역기구로 발전할 전망이다.

또 동남아지역은 인구 4억2천만명, 전체 GNP(국민총생산)5천3백65억달러의
경제제권을 형성, 동북아와 함께 동아시아경제권의 일원으로서 세계 3대
경제축을 이루고 있다.

따라서 아세안과의 경제교류는 급속한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중 한.아세안 교역량은 2백80억달러에 달하고 있으며 아세안지역
건설수주액은 46억달러로 총 해외건설 수주액중 54.4%를 차지하고 있다.

94년말현재 대아세안투자누계는 14.9억달러로 미국에 이어 제2위의
투자진출지역으로 떠오르고 있다.

양국정상은 또 이번회담에서 "과학기술협력협정"의 조기체결에 합의,
과학기술협력의 기반을 조성했다.

협정이 체결될 경우 과학기술공동위원회를 설치, 운영하고 국제공동사업
또는 포럼개최등을 통해 첨단기술의 교류가 활발해질 전망이다.

김대통령의 이번 싱가포르방문을 통해 동남아 경제외교의 기반이 크게
강화됐다는게 대체적인 평가이다.

< 싱가포르 = 최완수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2월 2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