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리다 지쳤습니다"

개인휴대통신(PCS) 등 7개분야의 30여개 신규통신사업권 획득경쟁에
참여하고 있는 기업들의 한결같은 푸념이다.

정보통신부가 구체적인 사업허가신청계획서 작성을 위한 사업설명회를
계속 연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들은 사업계획서 제출시한까지 채 한달반도 남지 않았는데도 정통부가
확실한 방향제시를 못하고 있어 준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것.

차라리 설명회를 하지 않는게 더 낫겠다는 불만도 나오고있다.

정통부는 지난해 12월중순부터 신규통신사업에 참여하려는 기업들로부터
2백여건의 서면질의를 받았다.

1월말께는 이에대한 답변형식의 공개설명회를 개최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내부적으로 지나치게 많은 정책을 공개하면 사후에 법적인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소지가 있다고 보고 변호사와 협의해 공개수위를 조절하면서
설명회시기를 계속 늦추고 있다.

이성해 정보통신지원국장은 "설명회를 한번으로 끝낼수 있도록 준비하느라
설명회가 늦어지고 있다"고 말하고 "모든 준비가 순조롭게 진행돼 오는
10일 이전에는 설명회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통부가 이처럼 설명회를 뚜럿한 이유없이 늦춤에 따라 참여
기업들은 사업계획서 작성을 미룬채 세불리기에 치중하고 있다.

핵심인 "답안작성"보다는 모의고사만 열심히 보는 셈이다.

기업들이 세력확장을 위해 택하고 있는 방법은 기업간 상호지분참여를
통한 제휴와 우수기업 유치경쟁.PCS참여를 추진중인 한솔그룹과 전국
TRS사업권을 노리고 있는 아남그룹이 상호지분참여를 통한 제휴관계를
맺었고 최근에는 효성그룹(PCS추진)을 비롯 한진그룹 (TRS), 해태그룹
(국제전화) 등 3사가 손을 잡았다.

효성그룹과 한진그룹은 양사의 컨소시엄에 각각 4.99%씩의 지분을 출자
하기로 했으며 효성그룹 및 해태그룹은 한진TRS에 각각 4.9%씩 출자하기로
했다.

참여기업들은 또 아직 컨소시엄참여를 확정하지 않은 우수기업을
끌어들이기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전국적인 영업망을 갖추고 있는 제2무선호출사업자 등을
끌어들여 이들의 통신사업 노하우와 영업망을 이용할 수 있다면 유리한
고지를 선점한다고 보고 추파를 보내고 있다.

정통부의 설명회가 늦어지면서 사업참여 준비업체들의 "약점"을 노출
시키는 신경전이 벌어지는 부작용도 벌어지고 있다.

특히 최대격전장인 PCS분야에서 두드러진다.

LG와 삼성그룹에 대한 말이 많이 퍼져있다.

"LG는 PCS참여를 추진중인 데이콤의 사실상의 대주주이기 때문에 독자적인
PCS참여가 불가능하다""삼성은 자동차 및 헬기사업권을 획득한 것이 오히려
PCS사업권 획득에 불리하다"는 것들이다.

특히 삼성은 "남매기업"인 한솔이 PCS사업을 공격적으로 추진하고 있어
양동작전을 펼치고 있다는 의심마저 받고 있다.

한솔은 이런 의구심을 떨쳐버리려는듯 공개석상에서 통신장비제조업체들은
서비스사업에 나서지 말아야 한다며 삼성을 겨냥한 발언을 하고있다.

기업들이 사업추진방향을 못정해 우왕좌왕하고 있고 상대방을 비방하는
소리가 난무하는 것은 정통부가 빠른 시일안에 설명회를 통해 구체적인
통신사업방향을 제시하면 사그러질게 분명하다.

기업들이 그동안 미뤄왔던 컨소시엄과 사업계획서를 확정하고 본격적인
사업준비에 착수할수 있도록 분위기가 조성돼야할 것 같다.

< 김도경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3월 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