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인의 멋과 지혜를 배우고 우리 것을 지켜가는 파수꾼임을 자처하는
포철 고문화연구회.

지난 80년 우리문화의 우수성을 계승하자는데 뜻을 같아한 포철 직원
7명이 모여 처음 활동을 시작한지도 어언 16년이 되었다.

지금은 포철직원과 포항지역의 중.고교 역사교사, 일반시민들로 구성된
60여명의 정회원이 활동하고 있으며 경주의 향토사학자 윤경열선생을
고문으로 모시고 있다.

아직 서툴지만 전회원이 한국고고학회 회원으로 가입해 있다.

매월 전국을 대상으로 유적답사를 하는데 지금까지 답사 횟수는
4백여회에 이른다.

이밖에 분기마다 한번씩 세미나를 개최하고 매년 전문가를 초청해
"문화재 해설의 밤"행사를 갖는다.

일반시민들을 대상으로 하는 이 행사는 우리문화를 널리 알리는 계기가
되고 있다.

고문화연구회의 가장 큰 자랑거리는 지난 82년 영일군 연일읍 호동에
있는 4세기에서 9세기께의 민묘도굴현장을 발견한 것과 89년 영일군
흥해읍 칠포리 일대의 암각화군을 발견한 것.

이는 학계에까지 큰 파문을 일으켰고 아마추어 직장동호회에 대한
시각을 바꿔놓았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그리고 94년 10월에는 우리나라의 암각화문화를 소개한 "칠포리
바위그림" 책자를 발간하여 화제가 되기도 했다.

또 우리의 전통의식이나 생활문화를 실천하는 것도 게을리하지 않는다.

연초가 되면 전회원과 가족들이 모여 고대 제천의식에 따라 고천제를
지내고 신라토기와 토우를 직접 제작해 선조의 지혜를 손끝으로
느껴보기도 한다.

그리고 평소 회원끼리는 호를 불러 서로의 벽을 허물고 옛 풍취에
젖기도 한다.

가입한지 1년이 지나면 전회원들이 모인 자리에서 호를 짓고 호증정식을
열어 정회원의 자격을 부여한다.

호를 받은 회원은 다음 답사지에서 "호걸이"를 하는데 이날은 질펀한
막걸리 잔치를 벌이기도 한다.

벽약(필자) 혜목(문장엽 포스코경영연구소 상무이사) 백강(이광수
포항공대 기획부처장) 연암(윤정묵 제철학원 상무이사) 방촌(유성수
포철 총무본부 과장)등은 회원이면 누구나 알수 있는 정겨운 별칭이다.

우리 것을 지켜나가는데 큰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3월 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