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은행들이 정부의 공기업 민영화방침에 따라 실시키로 했던 자회사
매각을 사실상 포기하고 있다.

부국상호신용금고와 한성상호신용금고를 매각해야 하는 국민은행은 올해로
민영화 2년째를 맞아 이를 주요 사업계획에 포함시키지 않았다.

국민은행 관계자들은 "연초업무보고석상에서 이들 금고매각계획은 거론조차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또 지난달 정기주주총회에서 퇴임한 2명의 상무를 각각 이들 금고의 사장
으로 내정, 상당기간 경영권을 유지할 방침임을 시사했다.

국민은행은 자체의 민영화가 조기완료될 경우 이들 자회사 금고가 민영화
대상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매각일정을 서두르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새한종금과 한국기업평가를 매각키로 했던 산업은행도 이들 자회사입찰이
수차례에 걸쳐 유찰됐으나 아직 현실성있는 세부계획을 내놓지 않고 있다.

산업은행은 오히려 종합금융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생명보험 선물회사
투자신탁회사 등등의 자회사를 신설한다는 계획을 수립했다.

정부의 공기업 민영화방침에 따라 이미 있는 자회사를 매각한다는 공식
입장을 유지하면서도, 자회사를 새로 만든다는 모순된 계획을 추진, 결국
정부의 공기업 민영화방침에 배치되는 그림을 그리고 있는 것이다.

또 지난해에는 새한종금에도 산업은행 퇴임임원을 사장으로 내정함으로써
실질적으로 매각 의사가 없음을 드러냈다.

자회사매각과 관련, 주택은행도 마찬가지 입장이다.

금융업무와 무관한 주은건설이 정부의 매각대상자 회사에는 포함됐으나
올해 사업계획에는 이를 전혀 반영시키지않았다.

주은건설은 지난해 건설업체 부도사태로 정부가 골머리를 썩히고 있을때
주은건설이 부도난 (뉴서울주택)을 인수, 정상적으로 건설을 마무리 지었다.

주택입주자들의 피해를 최소화했다는 공로를 인정받아 정부로부터 당분간
매각유예를 허락받았다는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은행측은 주은건설 인수를 희망하는 업체가 전혀 없는데다 입주자보호를
위해서도 필요하다는 입장을 고수, 자회사매각을 심각하게 고려하지 않고
있다.

주택은행뿐만아니라 국민은행 산업은행등도 내부적으로는 자회사를 매각
해서는 안된다는 입장을 굳힌지 오래다.

여러 방면의 자회사를 거느리고 종합금융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면 급변
하는 금융환경에 적응할수 없다는 생각들에서다.

외국의 금융기관들이 점점 밀려들어오고 있는데다 국내대기업들도 자체
금융기관 보유를 확대, 은행들의 입지가 점점 좁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보험 증권 투금사등도 종합금융서비스를 제공한다는데 사활을 걸고
자회사 신설경쟁을 벌이고 있는게 현실이다.

국책은행의 한 임원은 "자회사를 다 팔고난 뒤에 민영화를 한다면 시중
은행은 물론 제2금융권과의 경쟁에서 도태될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정부나 국회에서도 자회사를 매각할수 없는 현실을 인정하고 있다"고
말해 명분과 현실면에서도 팔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금융관계자들은 은행들의 반론이 설득력을 얻으려면 "전관예우식
낙하산인사"등에 대한 경영개선의지가 전제돼야할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은행들이 자회사를 퇴임임원들 자리만들어주기용 구색갖추기용으로 인식
하고 있는한 은행들이 말하는 경쟁력강화도 말뿐이라는 지적이다.

어쨌든 은행자체의 힘과 의지로는 자회사매각이 성사될 전망이 불투명한
실정이다.

이와함께 칼자루를 쥐고 있는 정부가 뚜렷한 입장을 정하지 못한채
어정쩡한 태도를 보이고 있어 국책은행들의 자회사매각은 표류를 계속할
전망이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3월 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