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는 한국 북한 중국 인도차이나반도 싱가포르를
잇는 범아시아관통철도(Trans-Asian Railway)를 건설키로 합의했다.

김영삼대통령은 수행기자단과의 간담회에서 이같이 밝히고 "현재 당사국
모두가 합의하고 북한만이 남아있는 상태이지만 (북한의 참여도) 시간문제"
라고 말했다.

김대통령은 또 "이 사업에는 우리나라의 건설업체 및 차량제조업체 등이
대거 참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범아시아관통철도는 싱가포르를 출발해 콸라룸푸르-방콕-양곤(미얀마
수도)-곤명-북경을 거쳐 북경-신의주나 북경-단동-신의주노선으로 평양-
서울-부산에 연결된다.

그러나 이는 기존 철도노선을 중심으로 짜낸 하나의 구상일뿐이다.

청와대관계자는 이와 관련, "말레이지아가 책임을 지고 기본건설계획안을
만들고 이를 바탕으로 관련국간 협의를 거쳐 최종안을 확정짓기로 했다"고
밝혔다.

빠르면 97년부터, 늦어도 99년중에는 본격적인 건설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관련국간의 협의과정에는 북한의 참여가 예상되며 별도의 협의체가 등장할
수도 있다.

건설방법은 기존 노선을 이용하되 연결되지 않은 구간을 새로 건설하는
방법과 기존노선을 무시하고 새 노선을 건설하는 방법이 있다.

자크 시라크대통령은 자국의 TGV를 염두에 두고 후자를 강력히 주장했으나
대부분의 국가들은 메콩강개발계획과 관련해서도 방콕-양곤-곤명 구간만
새로 건설하면 연결될 수 있다는 입장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범아시아관통철도는 궁극적으로 싱가폴에서 뉴델리를 거쳐 테헤란-이스탄불
파리를 관통하는 남아시아관통철도나 시베리아횡단철도와 연결되는
유라시아철도망의 일부를 구성한다.

따라서 ASEM차원에서 범아시아철도망구축에 대한 연구가 이뤄질 전망이다.

그러나 이같은 범아시아관통철도는 흐지부지될 수도 있다.

우선 북한이 관통철도건설에 동의하느냐가 문제다.

그동안 남북한간에 철도를 연결하려는 시도가 몇번 있었지만 북한의
비협조로 그때마다 물거품이 됐기 때문이다.

철도가 가능하다면 러시아지역의 가스전을 파이프라인으로 남한까지 연결
하는 사업도 성사되는 등 남북간의 교류협력은 엄청난 속도로 확대될
것이다.

희망적인 것이라면 중국의 이붕총리가 범아시아관통철도노선을 남한까지
확대하자고 제안했다는 점이다.

일본이 소외됐다는 점도 걸림돌이다.

아시아지역의 최대갑부인 일본을 배제하고 막대한 자금이 소요될 철도건설
사업을 벌이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일본과 유럽의 자본을 얼마나 끌어들일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일본은 이같은 유라시아철도망건설에서 소외되지 않기 위해 한일해협을
관통하는 해저터널건설같은 구상을 구체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허귀식기자>

(한국경제신문 1996년 3월 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