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귀래 < KOTRA 통상정보본부장 >

중화경제권은 지난해 홍콩의 대중국 반환을 둘러싼 중.영.홍콩간의 마찰,
이등휘 대만총통의 방미이후 급속히 냉각된 중.대만간 긴장관계등 상호간의
정치적 갈등과 대립이 팽팽한 가운데도 역내간 경제교류가 꾸준히 확대
되었다.

이제 97년 7월1일 홍콩의 중국 반환을 기점으로 중국은 동남아 화교권을
장악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대중화" 경제권의 급부상이 예상된다는 얘기다.

중국의 풍부한 자원과 노동력, 홍콩의 금융과 해외시장 정보망, 대만의
자금력과 산업기술이 합쳐져 위력적인 힘을 발휘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경우 중국은 국제사회에서 막강한 경제적 지위를 행사하려들 것이다.

이에 대해 국내기업들은 홍콩이나 대만 중국등의 현지법인을 통해서 홍콩
반환이후의 동남아시아 상권변화 정보를 앞다투어 수집하고 있으며, 특히
화교기업의 동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중화경제권 결합의 가속화는 중국의 경제적 입지를 강화시켜 중화경제권을
배타적인 민족경제권으로 만들 것이라는 우려와 함께 동남아시아 지역에
진출한 국내기업의 시장잠식은 물론 세계시장에서 한국기업과의 일전을
예고하는 신호이기 때문이다.

화교경제권 변화의 핵심은 역시 중국이다.

중국은 지속적인 대외개방정책과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을 위해, 대폭적인
관세인하 조치와 수입제한조치철폐등 다각적인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또한 자신들의 12억 인구를 바탕으로 한 "거대소비시장"과 무한한 성장
가능성을 내심 자랑하고 있다.

그러나 외국기업들은 중국의 각종 비관세 장벽으로 중국시장에 애를 먹고
있다.

외국인에 대한 투자우대초치의 철회와 인플레 억제를 위한 긴축정책등도
난제로 작용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부정적인 요인은 외국기업에 해당할뿐 중화권 국가의 기업에
대해서는 너그럽게 적용된다.

대만이나 홍콩은 같은 문화와 언어를 지닌 민족으로, 이들 국가는 그동안
정치분야를 제외한 경제분야 등에선 중국과 상당한 직간접적인 교류를
가져왔다.

이때문에 중국장벽을 극복할 노하우를 갖고 중국내에 인맥을 갖고 있다.

이들 중화권 국가 기업은 중국정부가 다른 외국기업에 주지않는 각종
혜택을 누리면서 중국을 "배후"생산기지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

중화권 국가들이 내년 홍콩반환을 계기로 힘을 합치게 될 "인자"인 셈이다.

서로의 실속을 차리기 위해서이다.

이런 중화권 국가의 결속이 강화될때 국내 기업들의 중국 위주의 경제협력
에는 한계가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국내 기업들이 대중국 의존도 심화는 중국의 미세한 정책변화에도 타격을
받을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중국과의 경제협력은 지금까지 양국간 쌍무적 차원에서 한걸음
더나아가 포괄적으로 중화경제권에 접근할수 있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

대만 홍콩 기업과 협력체제를 구축하는 전략이 필요하며 대홍콩 진출을
강화하여, 이를 바탕으로 화남경제권 진출의 기반을 다져나가야 한다.

현재 화교기업들의 중국투자가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중국내 투자도 화교기업과 공동 진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생각이다.

일반 제조업 뿐만 아니라, 중국내의 유통 금융 서비스업에 진출할 때가
화교기업과 직간접적으로 협력체제를 갖추어야 할 것이다.

이 경우 중국 내수시장 진출에 따른 실패의 확율을 줄이고 여타의 외국
기업보다 비교우위를 확보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80년대 중반이후 세계시장에서 의류와 섬유 봉제 신발등 노동집약적
상품 분야에서 한국보다 절대우위를 확보하고 있다.

만일 중국과 홍콩 대만 싱가포르 등 화교권 국가가 기술과 자본을 결합,
가전및 자동차 생산에 나설 경우 현재 경쟁력 우위에 있는 분야에서마저
중화경제권 국가의 위협을 받게 될 것이다.

멀지 않은 날 국내 기업들이 위협을 느끼게 될 분야는 조선 기계 가전제품
등이다.

이들 제품이 우리의 수출 주력상품이기에 중화경제권의 움직임에 더욱
민감할수 밖에 없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3월 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