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문시장의 현대화바람 여파에 남대문상권이 흔들리고 있다.

남대문시장 상인들이 최근 동대문일대에 들어서고 있는 현대식 대형상가에
속속 이주하고 있는데다 남대문상권에서 영업해온 금융기관들마저 동대문쪽
으로 자리를 옮기고 있다.

이대로 가다가는 남대문상권이 공동화하는게 아니냐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남대문시장 상인들의 동대문이주는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남대문 페인트타운상가에서 영업해온 1백70명의 상인중 20여명이 최근
동대문에 신설된 "우노꼬레"와 "디자이너클럽신관" 여성복매장에 입점했다.

씨티보이상가 상인 1백20여명중 40여명도 우노꼬레상가 남성복매장으로
점포를 옮겼다.

아이엠 탑시크리트등 남대문시장내 여성복상가의 일부 상인도 동대문
신설상가로 이전했다.

또 동대문에 들어설 예정인 거평도매센터 두산타워등 신설상가에도 상당수
의 남대문시장 상인들이 점포를 분양받아 이주를 준비중이다.

두산타워(98년 개장예정)를 건립중인 두산개발의 차수현차장은 "남성복매장
에는 남대문시장의 B상가, 피혁 및 잡화매장에는 S상가, 액세서리매장에는
N상가 상인들이 대거 분양받았다"고 밝히고 있어 남대문상인의 동대문 이주
행진은 앞으로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남대문시장 상인들이 떠나가면서 몇년전만해도 3억원까지 호가되던 남대문
삼익패션타운과 부르뎅아동복상가, 원아동복상가의 점포시세(1.5평기준)가
최근에는 1억원대로 떨어졌다.

그러나 부동산중개소등에 나온 점포매물을 찾는 사람들은 거의 없어 거래가
전무한 형편이다.

남대문부동산의 도종운씨는 "장띠모아 렝땅아르떼상가의 1.5평짜리 점포
시세가 예전에는 5천만원정도였으나 최근들어서는 2천만원에 내놔도 사가는
사람이 없다"며 "영업이 더 어려운 상가 2층에는 비어있는 상태로 방치된
점포들이 많다"고 말했다.

남대문상인을 주고객으로 영업해온 상호신용금고들도 남대문상권이 계속
쇠퇴할 것으로 판단, 동대문쪽으로 영업거점을 옮기고 있다.

신중앙금고는 지난해말 명동사옥을 동대문시장 인근지역인 을지로로
이전한데 이어 남대문상인에 대한 대출금 회수에 나섰다.

진흥금고 신신금고 해동금고등도 남대문시장을 전담하던 영업직원들을 대거
동대문시장으로 돌리고 있다.

이같은 현상은 현대식 대형상가가 들어서고 있는 동대문일대에 거대상권이
형성되면 남대문상권은 더이상 버티기 힘들 것이라는 전망에서 비롯된 것.

낙후된 남대문시장 여건으로는 동대문 대형 현대식 상권과의 경쟁에서
뒤쳐질수 밖에 없다는 위기의식이 상인들사이에 팽배해지고 있다.

물론 남대문시장 상인들의 상권지키기 노력이 없는 것은 아니다.

남대문시장의 각 상가들은 최근 상우회별로 상가수호위원회등을 결성,
동대문 신설상가점포를 분양받은 것으로 밝혀진 상인에 대해 남대문시장내
점포를 철수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탑씨크리트상가 상우회는 동대문 신설상가에 점포를 분양받았거나 현재
디자이너클럽신관등에서 이중으로 영업하고 있는 상인에 대해 임대차계약을
해약키로 했다.

또 남대문시장(주)는 동대문시장에서 값이 더 싼 의류등을 사와 남대문
시장에서 판매하는 상인에 대해 남대문상권위축을 가져온다는 이유로 단속을
벌이고 있다.

남대문 페인트타운상가의 경우 점포주 대책회의를 열고 빈 점포를 하루빨리
채워 정상영업하는 방안마련에 고심중이다.

그러나 남대문시장의 이같은 자구노력이 성공할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극심한 주차난과 낙후된 쇼핑환경등 남대문시장의 최대약점이 해결되지
않는한 도매상권으로서의 남대문상권은 계속 위축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백화점 할인점등 현대식 유통업체들에 맞설수 있도록 재래시장을 현대화
하려는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는게 시장관계자들의 얘기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3월 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