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청사 수문장 외길 38년"

지난 58년 당시 국무원 사무국 관리과의 고용직으로 출발, 현재 정부
제1청사 방호실장(별정직 6급)에 이르기까지 38년간 하루도 빠짐 없이
청사를 지켜왔던 안정오씨(67)가 4일 퇴임했다.

안씨는 4.19, 5.16, 5.18 등 한국 현대사의 크고작은 굴곡을 현장에서
목격한 현대사의 산증인.

그간 모신 장.차관이 5백명을 넘고 국무총리 만도 허정총리부터 현재의
이수성총리까지 25명에 달한다.

가슴에 숨겨논 비화가 적지 않을 터임에도 안씨는 "신문보도 이상은
모른다"며 공인으로서의 자세를 잊지 않았다.

안씨는 역대 총리에 대한 촌평을 부탁받고도 "정일권 백두진 김종필총리
등이 기억에 남는다"고 말할뿐 별다른 말이 없었다.

후배 방호원들에게 그는 "호랑이"로 통해왔다.

매일 아침 출근시간보다 2시간 먼저 청사에 나와 청사를 한바퀴 돌아보는
것으로 일과를 시작한 그는 일에 관한한 후배의 게으름을 용인하지
않았단다.

중앙정이후 현청사에 이르기까지 화재나 도난사고 한 번 없었던 데는
안씨의 이같은 성실함이 뒷받침 됐다는 것.

안씨는 더 일할수 있는데 왜 그만두느냐는 질문에 "남이 아쉬워할때 그만
두는게 가장 좋다"며 공직에서 터득한 진퇴론을 꺼냈다.

안씨는 그간의 공로를 인정받아 이날 이총리로부터 옥조근조훈장을 받고
청사후생관에서 이총리와 오찬도 함께 했다.

< 한우덕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3월 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