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신사들에 대한 지원대책이 발표됐다.

국민투신에 3,000억원의 증권금융예치금을 연6%의 낮은 금리로 대출해주는
한편 신단기공사채및 자사주펀드한도를 대폭 늘려주는 것이 그 골자다.

투신사들의 심각한 경영난을 덜어주기 위한 것이고, 증시대책이기도 하다.

오는 5월4일로 예정돼있는 증권시장안정기금 해체를 늦추는 방안도 검토
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예상보다 앞당겨 4월1일부터 외국인 주식투자한도를 늘렸지만 주가는
이달들어서도 계속 게걸음만 되풀이하고 있다.

4일에는 주식거래량이 연중최저치로 떨어지는등 증시분위기는 매우 좋지
못한 편이다.

뭔가 대책이 필요한 상황이었다고 볼수 있어 정부의 투신사 지원대책은
그런대로 타당성이 없진 않다.

선거때문 되면 투신사를 내세워 주가 끌어올리기 "작전"을 폈던 나쁜선례가
한두번이 아니었기 때문에 이번 투신사 지원대책도 그런 의도라고 보는
이들도 적지않은 것 같다.

최근들어 경영권방어를 위한 자사주매입이 크게 늘고 있는 것도 주가를
끌어올리기 위한 보이지 않는 손의 작용으로 단정짓는 시각조차 없지만은
않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같은 습관화된 사시안은 좋지 않다는게 우리의 생각이다.

선거와 관계없이 필요한 조치는 해나가는 것이 지극히 당연한 정부의
책무다.

이하불정관이라고 하지만, 선거와 관련한 오해를 받을가봐 계속 미루기에는
현재의 증권시장과 투신상황이 너무 나쁘다는 것도 되새길 필요가 있다.

국민투신의 경우 지난 1월말현재 3,090억원의 자본잠식과 4,000억원대의
고유재산 평가손실등 7,000억원대의 부실을 안고 있고, 다른 투신사들도
정도의 차이는 다소 있지만 멍이 들었기는 마찬가지다.

또 시중의 자금사정이 지극히 좋은 편인데도 증시는 장기간 침체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어 이대로 방치했다가는 자본시장의 기능상실 우려조차
없지않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느 현실이다.

이같은 상황을 감안할때 투신및 증시대책이 필요하다는 총론에는 공감이
간다.

문제는 방법론이다.

우선 국민투신만해도 그렇다.

현대그룹의 국민투신인수를 경제력집중이라는 측면에서 인정할수 없다는
재경원방침도 다시 따져볼 필요가 있다.

대기업그룹의 투신사인수를 부도덕시하는 관념적인 시각도 그나름대로
"논리"가 없지 않지만, 문제는 이번의 3,000억원대출등으로 국민투신이
정상화될수 없다는데 있다.

현대그룹의 인수포기에 따라 오는 4월초로 예정된 국민투신 증자는 차질이
불가피, 자본전액잠식 상태도 면할 길이 없다.

3,000억원의 증금예치금을 낮은 이자로 빌려준다고 해서 7,000억원으리
부실에 겹쳐 2조원의 차입금에 연간 이자만 1,900억원을 내야하는 국민투신
경영이 정상화될 전망은 애시당초 없다.

우리는 투신등 금융기관은 공익성이 중요하다는 것을 인정하지만 이에
못지않게 상업적인 자율성이 긴요하다고 본다.

투신의 경영, 자금조달에서 주식의 사고 파는 것까지를 재경원에서
해나가는 구태를 벗어나는 것이 시급하다.

현재의 투신부실이 왜 빚어졌는지 되새겨보면 더욱 그렇다.

투신과 증시에대한 대책은 다른 무엇보다도 정부의 부당한 간여를 배제하는
것이 급선무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3월 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