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로소주와 그린소주가 일본시장에서 일대격전에 돌입했다.

굳건한 시장을 구축한 진로에 대해 그린소주가 한국의 대표소주 자리를
내놓으라며 선전포고하고 나선 것이다.

그린소주의 공세는 대단히 저돌적이다.

그린소주측은 지난 17일부터 설악산을 배경으로 만든 15초짜리 TV광고를
전격적으로 내보내고 있다.

전국을 대상으로한 TV광고는 진로소주도 실시치 못한 것이어서 진로측을
당황케하고 있다.

더구나 그린소주측은 "시장상황에 따라 유동적이긴 하지만 대략 월 1억엔
정도는 투입할 예정"이라고 밝힌다.

그린소주는 이와함께 아카사카 신주쿠등 한국술집들이 밀집해 있는 지역은
물론 이케부쿠로 다카다노바바등의 유흥가에도 상품포스트를 부착하는등
적극적인 판촉활동을 벌이고 있다.

그린소주측이 이같은 공세를 펼치는 것은 최대 양주메이커 산토리와 손을
잡은데 힘입은 것이다.

판매권을 장악한 산토리측이 그린소주의 성공가능성을 믿고 거대한 자금을
쏟아넣고 있는 것이다.

산토리는 그린소주의 수입판매가 결정되면서 아예 소주판매를 전담하는
소주부를 별도 설치하기까지 했다.

소주부 6명의 스탭들은 명함에 한글이름까지 새기고 아카사카 신주쿠의
한국술집을 누비는 적극성을 과시하고 있다.

특히 전국에 널린 산토리의 강력한 판매망이 그린소주 보급에도 큰 힘으로
작용하고 있다.

산토리측은 그린소주의 조속한 보급을 위해 서비스가격에 대거 공급함은
물론 양주에의 끼워팔기 수법도 구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두산저팬의 김병구상무가 "한국에서 출장오는 사람들이 그린소주를 많이
찾아 술집에의 반입에 큰 어려움이 없다"고 밝히듯 한국에서의 성공도
원군이 되고 있다.

이에 따라 그린소주의 출하는 급속히 늘고 있다.

지난 6일부터 판매를 시작했음에도 불구 오는 3월말까지의 주문량이 이미
30만상자(1상자=7백mlx12병)를 넘어섰다.

30만상자는 그린소주측이 올 한해동안 팔려고 계획했던 물량이다.

지난 79년 일본시장에 첫발을 디딘 진로소주가 91년에야 30만케이스를
넘어섰던 점을 감안하면 기세가 어느정도인지를 쉽게 짐작할 수있다.

이때문에 그린소주는 현재 심한 물량부족을 겪고 있다.

지방에 공급할 예정이던 물량까지 도쿄지역으로 끌어들이고 있지만
물량부족을 해소하기엔 역부족이다.

생산능력은 하루 1만4천케이스에 달하지만 병조달사정상 월 10만케이스
이상의 공급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진로소주측에 비상이 걸린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진로는 그린소주의 일본상륙을 앞두고 이달부터 판매체제를 이원화했다.

지금까지 일본전역의 유통을 총괄해오던 가시마주류판매(주)의 관할지역을
도쿄를 중심으로한 관동지역으로 한정하고 오사카등 관서지역은 일본주류
판매(주)를 새로운 총판업체로 선정했다.

관서지역은 현재 연간판매가 6만케이스정도에 머물고 있어 이를 강화해
보자는 포석이다.

진로측은 이를 통해 올해 12만케이스 98년 30만케이스등 관서지역판매를
배가시켜간다는 계획이다.

그린소주가 사력을 집중하고 있는 관동지역에 대해 진로측은 가시마측과
함께 연일 대응책을 협의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은 그린소주가 제품을 뿌리는 단계에 불과하다고 판단, 좀더
지켜보겠다는 관망자세를 지키고 있다.

김태훈 진로저팬사장은 "뿌리는 것과 소비되는 것은 별개다.

6개월 길어도 1년이 지나면 진로의 성과가 하루아침에 이뤄진 것이 아님을
실감하게 될 것"이라며 표면적으로는 여유를 보인다.

진로측이 가장 골머리를 앓고 있는 것은 그린측의 저가공세.

한박스를 사면 몇박스를 더얹어 주는등 실질적으로 절반에도 훨씬 미치지
못하는 가격에 공급되고 있다는 것이 진로측의 지적이다.

또 일부슈퍼에서는 정가 8백엔인 그린소주의 소매가격이 4백엔에도 팔리고
있다고 말한다.

진로소주의 정가(7백96엔)를 지키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이야기다.

진로측은 "그린소주가 시장질서를 무너뜨리면 결과적으로 양측이 모두
손해가 될 수도 있다"고 우려한다.

진로는 지금까지 많은 한국소주업체들의 도전을 일축해왔다.

그러나 그린소주는 한국에서 성공한 상품인데다 산토리라는 강력한
제휴선도 갖고 있어 결코 만만한 상대가 아니라는 것이 중론이다.

그린소주가 한국에서의 돌풍을 일본에서도 재현할 수있을지가 주목된다.

[도쿄=이봉구특파원]

(한국경제신문 1996년 3월 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