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1 국회의원 총선 입후자들의 명단을 보면 문화예술인들이 꽤 많이 눈에
띈다.

오랫동안 톱스타의 자리를 유지하면서 영화진흥발전를 위해 애써온 유명
영화배우및 탤런트가 있는가 하면 방송프로를 잘진행해 시청자들이 본업이
무엇인지 잊을 만큼 또다른 재능을 보여준 문학인도 포함되어 있다.

특히 첫소설로 400만부라는 국내출판 초유의 판매기록을 세운 30대 젊은
작가의 이름도 들어 있다.

이 작가가 어느 월간지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왜 베스트셀러작가에서 정치
지망생으로 탈바꿈했느냐는 질문을 받고 나름대로의 소신을 밝힌 것을
보았다.

두번째작품으로 우리나라 문화유산에 관한 소설을 쓸 때 우리 문화재들이
다른 나라에 산재해 있는 것을 보고 이것들을 되돌려 받으려면 정치적 차원
에서 해결해야 한다고 판단, 국회에 진출키로 했다는 내용이었다.

이 기사를 보면서 문득 제2차세계대전을 승리로 이끄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영국의 문필가정치인 윈스턴 처칠경이 떠올랐다.

그는 저술가정치인으로서 전쟁의 와중에서도 틈틈히 국가와 국민을 위해
해야 할 일들을 메모했다가 1백권이상의 책을 펴냈다.

그뿐인가.

8년간 미국 대통령을 지낸 도널드 레이건은 영화배우였다.

그는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하는 대표적인 선진국가 미국의 대통령으로서
세계평화를 유지하는데 큰 공헌을 세운 대통령이었을뿐만 아니라 퇴임후에는
수년간 문화사업을 계속했다.

총선을 앞두고 영화배우 출신의 입후보자를 놓고 같은지역 경쟁후보가
"딴따라출신" 운운하면서 공격하더라는 이야기를 듣고 가슴이 아팠다.

정치를 한다면서 한 나라의 문화발전을 위해 나름대로 열심히 노력한 사람
에게 어떻게 그런 말을 할수 있는가 싶었다.

문화예술계 출신 정치인들이 좀더 많이 나와서 이나라의 문화정책을
합리적인 차원에서 논리 정연하게 이끌어 갈때 우리는 경제대국에서 나아가
문화대국의 국민으로서 자긍심을 갖게 되리라고 확신한다.

아무쪼록 이번 총선에서 그들의 뜻이 이뤄지기를 비는 마음 간절하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3월 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