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중심의 개혁활동을 통해 힘있고 경쟁력있는 노총을 건설하는데
총력을 기울이겠습니다"

6일 대의원선거를 통해 제16대 한국노총위원장에 선출된 박인상
금속노련위원장의 일성이다.

박위원장은 선거공약으로 내건 노총의 개혁을 위해 대대적인 조직쇄신과
과감한 정책개발을 염두에 두고있는듯 했다.

박위원장은 우선 "예산집행의 효율성을 높이고 각종 수익사업을 개발해
재정자립도를 높이겠다"고 밝혀 노총운영에 경영마인드를 도입할 것임을
천명했다.

노총의 자주성과 독립성을 확보함으로써 응집력이 약해진 조직을
재정비함은물론 더이상 "어용"시비에 휘말리지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그동안 활동이 침체돼왔던 중앙위원회의 기능을 활성화, 현장의
의견들을 입체적으로 수렴하겠다고 밝힌 점도 박위원장의 개혁구상을
가늠케한다.

정책적으로는 노총사무총국의 봉사체제확립, 노동통합기반 구축,
정책제도개선특위 구성, 법률구조본부 신설, 노동법개정, 고용안정보장
등을 주요 추진사업으로 강조했다.

박위원장은 이같은 내부개혁과정을 통해 "노동계의 이익만을 대변하는
행태를 지양, 앞으로 국민들로부터 진정으로 사랑을 받을 수 있는
노동운동을 펼쳐 나갈 것"이라고 각오를 피력했다.

그러나 이번에 출범한 박위원장체제는 그 어느때보다 어려운 시기를
맞고 있다.

지난해말 민노총의 출범으로 노동계가 분열된 상태에서 조직확장경쟁과
노총의 위상제고라는 당면과제를 앞두고 있다.

또 향후 정치일정과 맞물려 노동법개정과 노동계통합 등 굵직굵직한
현안들을 풀어나가야할 입장이다.

박위원장은 노동계통합과 관련, "노총이든 민노총이든 통합을 정치적
구호로이용해서는 안되며 상호신뢰와 우호적인 관계아래 사안별
공조체제를 모색한 다음 통합의 단계를 밟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상호신뢰의 구축단계로서 우선 "노동계통합을 위한 실무위원회"를
구성, 공동활동을 위한 다양한 방안을 논의하겠단다.

박위원장은 노사관계에 있어서는 "기업차별화"정책을 구사할 생각이다.

"노조를 존중하고 노조와 협력하는 사업장은 도와줄 수 있지만 노조를
무시하는 기업은 노동계가 힘을 모아 단호히 응징할 것"이라는 얘기다.

정부에 대해서도 노사관계의 자율을 저해하지 않는다면 최대한 협력
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박위원장은 경남 사천출생으로 지난 59년 대한조선공사에 입사한
이후 35년간 노동운동에 투신하면서 합리적 개혁주의자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노동운동의 원칙에서 결코 벗어날 줄 모르는 성격으로 한때 "강성"으로
분류되기도 했으나 남의 말을 듣기 좋아하는 온화한 성품과 선이 굵은
대인관계로 인해 "노동계의 신사"로 불리고 있다.

노총주변에서는 평소 친화력이 뛰어난 박위원장의 성품으로 미루어볼
때 앞으로 대정부, 대민노총관계의 정립에 있어서 보다 유연하고
탄력적인 대응이 이뤄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따라서 민감하고 복잡한 사안에 대해 정면돌파보다는 차분히 내실을
다지면서 점진적인 변화를 모색하는 전략을 채택할 것이라는 전망이
대두되고 있다.

박위원장이 노총에 산적한 현안들을 어떻게 풀어나갈지 그의 지도력과
추진력에 노동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 조일훈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3월 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