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교부가 7일 내정한 인사는 세대교체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보인다.

특히 추경석장관이 김영삼대통령의 최측근인 점을 감안해볼때 그가
김대통령의 세대교체 의지를 받들어 정부부처중 가장 먼저 "대수술"을
단행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런만큼 이번 인사는 건교부에 국한되지 않고 다른 부처에도 적잖이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여 정치권에 이어 공직사회에도 세대교체 태풍이
휘몰아칠것을 예고하는 신호탄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날 단행된 건교부 인사에서는 행정고시 10회 출신이 급부상했다.

신임 이향열차관보와 정종환기획관리실장,강길부중토위 상임위원등 세사람
모두 행시 10회 동기로 나란히 2급에서 1급으로 한계단씩 뛰어올랐다.

공교롭게도 이차관보가 고성농고, 정실장이 청양농고, 강위원이 언양농고
출신으로 "농고트리오"가 대약진을 했다는 평을 듣고 있다.

이중 강위원은 두사람보다 1년정도 늦게 2급으로 승급했으나 지난해말
신한국당 건설교통전문위원으로 나갔다가 총선공약개발에 기여한 점이
평가돼 이번에 금의환향하게 됐다.

전임 홍철차관보와 유직형기획관리실장, 박병선중토위 상임위원은 5.6일
이틀에 걸쳐 사표를 제출했다.

이들은 지난 4일께 추장관으로부터 "협조요청"을 받고 용퇴를 결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중 일부 인사는 지난 지방선거에서 고위층의 출마요청을 거절한데 따른
앙금이 남아 퇴임으로 연결된 것으로 전해졌다.

명예퇴직이 결정된 국장가운데 와병중인 성부현전토지국장을 제외한 나머지
세사람은 산하유관기관으로 나가게 됐다.

이덕기서울지방항공청장에게는 한국주택협회상근부회장, 윤학로주택심의관
에겐 대한주택건설사업협회상근부회장으로, 박원석부산지방국토관리청장에
대해서는 설비공사공제조합이사장 자리가 주어졌다.

<>.건교부직원들은 이날 인사에 대해 인사적체의 숨통이 틔게 됐다며
반기는 분위기다.

당장 건교부에는 2급 국장자리가 9개나 비었다.

내주중에는 후속 승진.전보인사가 연쇄적으로 단행될 예정으로 있어 저마다
인사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삼삼오오 짝을 지어 모여 "정보교환"을 하고
있는 모습들이 눈에 띄기도 했다.

일부 건교부직원들은 이번 인사와 관련, "다행히 산하기관 인사들의 3년
임기가 만료되는 시점이어서 퇴임자들의 자리마련이 비교적 쉬웠을 것"
이라며 "그렇지 않았더라면 고위 간부들에 대한 "대학살"로 비쳐질뻔 했다"
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특히 과천청사내 다른 부처에서도 건교부로 전화를 걸어 사태추이를 물어
오는등 지대한 관심을 표명해 눈길을 끌었다.

대체로 2급이상 고위공무원들은 건교부의 세대교체바람이 자기부처에도
파급되지 않을까 전전긍긍하는 모습이고 3.4급 공무원들은 이번 기회에
정부 각부처의 인사적체가 해소돼야 한다며 잔뜩 기대를 걸고 있는 대조적
분위기를 나타냈다.

<>.추장관은 이날 인사배경설명을 통해 인선기준으로 "연공서열과 업무
추진능력을 함께 고려했다"고 밝혔다.

추장관은 "이번 인사로 생동감있고 활기있는 분위기가 조성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추장관은 특히 "인사적체 때문에 인사선택의 폭이 좁았다"면서 "이번에
퇴임하는 1급들은 남아 있어도 우리 부를 위해서 많은 일을 할 분들이지만
후진들을 아끼는 뜻에서 자진 용퇴했고 국장급들은 나의 명예퇴진 종용을
흔쾌히 받아들였다"고 설명했다.

< 김삼규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3월 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