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공(KOTRA)의 김홍지 북경무역관장은 하루하루가 힘들다.

출근하자마자 사방 팔방에서 오는 각종 전화받기에 분주하다.

대부분이 중국투자관련 문의전화다.

내방객도 그를 쉬게 만들지 않는다.

강택민 중국 국가주석의 덕분이다.

강주석이 한국방문후 한국경제발전을 배우라고 지방정부에 지시한 이래
그를 찾아 오는 중국관리들이 늘고 있다.

몸으로 때우기(?)는 그래도 괜찮은 편이다.

확인되지도 않은 중국관련 기사가 신문지상에 버젓이 등장하면 이번엔
서울 본사에서 야단이다.

분명 상식적으로 틀린 내용의 기사지만 본사에선 그 기사에 대한 분석및
장래전망까지 요구한다.

언론들의 기사장난에 이어 그의 속을 끓게 하는 주범엔 기업인들도 포함
된다.

연초만 되면 그동안 얼굴 보기 힘들었던 일부 북경주재지사장들이 그의
방문을 노크한다.

서울본사회의에 대비한 자료를 달라는 요구다.

간혹 그 회사가 취급하는 품목에 대한 자료가 부실하면 대뜸 "재미없다"는
반응이 나온다.

KOTRA가 이같이 "정보부재"라는 사실이 정부쪽에 알려지면 신상에 좋지
않겠느냐는 으름장이기도 하다.

한중관계 행사때만 되면 높은 곳(?)에서 자료만들라고 볶기는데 이젠
지즈니스맨들에게까지 "동네북" 신세가 됐다.

정보의 "복덕방" 역할을 충분히 했다고 자위해 왔는데도 말이다.

중국에서의 정보수집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중국에서 10년 근무한 경험이 있는 사람보다 현재 중국에서 1년 산 사람이
더 중국을 알수 있다.

그만큼 중국은 급변하고 있다는 말이다.

어제와 오늘과 내일이 극명하게 다르다.

KOTRA 북경무역관이 중국 관영 통신사인 신화사를 앞세워 오는 4월18일,
19일 이틀간 북경에서 "한중 경제무역세미나"를 갖는 것도 이때문이다.

진정 정보의 "복덕방"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경제 금융 조세 상품검사제도
환경오염문제등 각종 분야의 실무진들을 초청, 중국의 세부정책 설명을
들을 계획이다.

하지만 이번엔 일본 미국 독일등의 무역단체에서 신화사에 항의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왜 하필이면 한국에만 중국 경제 산업정책의 세부적 사항을 밝히려 하느냐
는 것이다.

그것도 중국 정보의 핵심을 다루는 신화통신사가 발벗고 나섰는데 이들
국가는 불만이다.

간신히 신화사를 설득시켜 이 항의를 잠재운 KOTRA 김관장은 이제 할수
있는 일은 다 했다고 생각한다.

그는 한국기업인들이 많이 와서 실제 중국관료들의 설명을 들어주길 바랄뿐
이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3월 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