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가 시작된 이래 가장 빠른 스윙을 구사한 사람은 죠지.던컨이었다고
한다.

죠지 던컨이 얼마나 빠른 스윙을 구사하였는지에 관하여 헨리 리치라는
사람은 다음과 같이 적고 있다.

"죠지 던컨은 볼에 다가가서는 아무도 그가 스탠스를 취한지조차
알아차리기도 전에 벌써 볼을 쳐버렸다"

한편 1924년도의 US오픈이 디트로이트의 오크랜드힐스cc에서 열렸다.

이대회 최종라운드에서 시릴 워커와 레오 티이겔이라는 사람이 한조가
되어 플레이를 하였다.

레오 티이겔은 샷이 빠른데다가 걸음걸이도 빨라서 때로는 볼이
떨어지는 곳까지 거의 뛰다시피 하였다.

그래서 그는 플레이가 몹시 빠르기로 소문난 사람이었다.

이에 반하여 시릴 워커는 플레이 속도가 느리기로 정평이 나있었다.

이런 터에 티이겔이 워커와 한 조가 되어 플레이를 하게 되자 스타트
직전에 "나는 1, 2년이 지나서야 클럽하우스에 돌아오게 될지도
모른다"고 농담을 흘려 보냈다.

마침내 두 사람은 연못을 건너질러 볼을 쳐야 하는 파3의 16번홀에
이르렀다.

이미 두 사람은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

자칫하면 이처럼 죽기살기로 경기에 임하는 경우 평소 가지고 있던
습벽이 노골적으로 튀어나오기 십상이다.

아니다 다를까, 오너인 시릴 워커는 이 홀의 티잉그라운드에 서서
손바닥에 침을 뱉고는 신중하게 풍향과 풍속을 조사하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3번아이언을 꺼내 천천히 서너차례 연습스윙을 하였다.

"이것으로는 아무래도 약간 오버되지 않을까?"라고 말하면서 그는
자기 캐디를 손짓으로 불러 이번에는 4번아이언을 꺼내 예의 연습스윙을
하는 것이었다.

그러다가는 번복하여 다시 또 3번아이언을 꺼내 연습스윙을 하는
것이었다.

이를 지켜 보던 티이겔이 기다리다가 지쳐버렸다.

그는 아무말도 하지 않은 채 갑자기 티잉그라운드에 올라가 큰대자로
드러누워 잠잘듯한 태도를 취했다.

그리고는 어안이 벙벙해져 있는 자신의 캐디에게 이렇게 말했다.

"어이 내 차례가 되거든 깨워주게!"

골프규칙은 4년마다 개정되어 오고 있는데 때마침 올해는 골프규칙
개정의 해이다.

그리고 얼마전 발표된 개정된 골프규칙은 아마추어에 관한 조항을
제외하면 거의 달라진것이 없다 해도 지나침이 없을만큼 종전과 비슷하다.

그런 가운데서도 유독 플레이 속도에 관한 조항이 신설된 점이 눈에
띈다.

특히 "만일 어떤 조가 코스상에서 자신의 속도를 지키지 못하고 앞팀과
사이에 한홀이상을 비우게되면 뒷팀을 패스시켜야 한다"는 규정은 전혀
새로운 것이다.

골퍼의 숫자에 비하여 골프장의 숫자가 턱없이 모자라는 우리나라의
실정이 반영된 것일까.

"스윙은 천천히, 걸음은 빠르게"라는 팻말이 곳곳에 세워져 있는
우리나라의 골프장에서는 아주 유효하게 적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이로 인하여 골프들간에 시비와 골퍼와 골프장
사이의 다툼이 일어날 우려도 없지 않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3월 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