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4년 11월28일.

70개 가까이 되는 전국의 대우증권 지점창구에는 개인투자자들의 발길로
붐볐다.

"동해종금주식을 비싸게 팔수 있나요.

경쟁율은 얼마나돼요"

지점창구직원들은 매번 같은 질문에 시달렸다.

동해종금의 공개매수청약 마지막날 눈치를 보던 투자가들이 몰려들었기
때문이다.

당시 동해종금주식을 가지고 있던 투자가들은 재미를 톡톡히 봤다.

공개매수뿐만이 아니라 공개매수 발표이후 주가가 가파르게 상승했기
때문이다.

한솔제지가 동해종금주식을 공개매수하겠다고 증권거래소를 통해 공시한
것은 같은해 10월26일.

당시 동해종금의 주식시세보다 11.8%의 프리미엄을 얹은 주당3만8천원에
45만주(지분15%)를 11월9일부터 28일까지 20일동안 사들이겠다는 내용이다.

공시가 나가자 동해종금주가는 공시발표 5일만에 4만5천원까지 오르기도
했다.

공개매수청약도 경쟁률 1.22대1을 기록했다.

결국 동해종금은 당시 대주주인 김진재 동일고무벨트회장의 의사에
관계없이 공개매수라는 방법으로 한솔제지에 넘어가 지난해 "한솔종금"으로
탈바꿈했다.

한솔제지의 동해종금매수는 우리나라에서는 처음으로 공개매수를 통해
적대적 M&A에 성공한 케이스로 꼽힌다.

공개매수(TOB:Take-Over Bid 또는 Tender Offer)는 단기간에 의도한 가격
으로 대량의 주식을 매집하는 기업매수방법이다.

매집할 주식의 가격 주식수 매수기간 지불방법등을 공시하고 장외에서
주식을 매입하는게 TOB다.

따라서 방어측도 같은 방법으로 대응할 가능성도 있다.

치열한 공방전을 치러야할 위험성도 있다.

그러나 공개매수 성공여부에 대한 치밀한 사전조사작업을 통해 공개매수에
착수하면 성공률은 매우 높다.

한솔제지는 한국M&A를 통해 김회장의 숨겨진 지분을 찾아내는등 사전작업을
은밀하게 진행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공개매수의 성공률은 매우 높다.

지난74년부터 85년까지 미국의 M&A사례에서 공개매수건의 성공률은 88%에
달한다.

우리나라에서도 공개매수가 항상 성공하지만은 않았다.

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서의 공개매수건은 모두 5건.

동해종금 공개매수에 앞서 미나이키사가 삼양통상과 합작설립한 삼나스포츠
를 공개매수한게 처음이었다.

삼나스포츠 공개매수는 동해종금보다 약6개월 빠른 94년 5월25일부터
6월13일까지 실시됐다.

이후 원진의 경남에너지 공개매수(95년1월11일-2월2일) 쌍용그룹의
인천투금 공개매수(95년8월7일-26일) 한국제지의 동해펄프 공개매수(95년
8월7일-26일)등이 연이어 진행됐다.

이중엔 물론 실패한 경우도 있다.

원진이 경남에너지를 공개매수 하려한 것은 백기사(White Knight)의 등장
으로 실패한게 대표적인 사례다.

방어측인 제2대주주 가원측이 대웅제약을 앞세워 반대공개매수 전략으로
맞대응했던 것이다.

공개매수가 공격수단으로서 뿐만아니라 방어를 위한 맞대응을 위한 수단
으로 사용된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3월 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