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뮐하임 = 김희영 기자 ]

독일의 최대공업지역인 루르공업지대를 끼고 있는 뮐하임시.

이곳 시가지의 한가운데를 흐르는 루어강을 건너 주요 간선로중의 하나인
바이젠거리로 들어서면 빨간색 벽돌로 지어진 공장과 사무실이 연이어
눈에 들어온다.

만네스만사 뮐하임공장의 모습이다.

90년의 역사를 가진 오래된 건물이지만 깨끗한 관리상태가 한눈에 보이고
공터에는 잔디광장이 보기좋게 조성돼 있다.

강관을 비롯한 각종 철강제품을 생산하는 7만5천여평규모의 공장안은 항상
근로자들이 보다 질좋은 제품을 생산하려는 열기로 가득차 있다.

만네스만 뮐하임공장은 투자회사까지 포함,2만2천여명의 종업원을 보유하고
있고 지난해 40억마르크의 매출을 올렸다.

이 회사는 노사관계가 상호 신뢰와 협력으로 다져져 있음을 자랑으로 삼고
있다.

기업내 노동조합격인 종업원평의회에는 모두 19개 위원회가 조직돼 있어
근로자들의 직업교육 연금관리 애로상담등 근로자들이 현장에서 접하는
모든 문제를 다루고 있다.

또 노사동수로 구성되는 감시위원회가 조직돼 있어 회사의 의사결정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종업원평의회의 쉬프만의장은 "회사설립이후 노사는 끊임없는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전통을 이어가고 있다.

그 과정에서 노사간에 기탄없는 대화만이 문제해결의 출발점이라는
공감대를 갖고 있다"고 소개한다.

뮐하임공장의 이같은 대화의 전통은 최근 수년간에 걸친 조직감축 과정에서
유감없이 발휘됐다.

이 회사는 지난해 이익이 불과 8백만마르크에 그치는 등 제품단가 상승과
국제경쟁력 약화로 경영혁신 압박을 계속 받아왔다.

이에따라 지난해 9월 미국유수의 컨설팅사인 매켄지에 경영혁신 방안을
의뢰했다.

1년여에 걸친 조사결과 3천건가량의 혁신제안이 나왔다.

그중의 하나가 단계적인 인원감축이었다.

결국 올해 1백80명의 인원이 감축되는데 이어 내년 2백50명, 98년이후
2백60명을 연차적으로 감원하는 계획이 확정됐다.

물론 인원감축계획이 경영진에서 처음 제시될때만 해도 종업원평의회의
반응은 부정적이었다.

그러나 집단행동과 같은 물리적인 충돌은 발생하지 않았다.

노사는 매켄지보고서가 나온이후 곧 협상테이블을 마련했다.

협의결과 인원감축을 포함한 경영혁신을 공동으로 추진하되 보완책도
동시에 추진키로 합의했다.

우선 퇴직자의 생계보장에 최선을 다하기로 했다.

인원감축에 따라 퇴사하는 근로자가 대부분 고령인 점을 고려, 55세부터
임금의 90%를 회사에서 지급하고 60세부터는 연금을 지급키로 합의했다.

또 경영전략수립시 사원들의 건의를 적극적으로 수용키로 했다.

사원건의를 활성화시키기 위해 좋은 아이디어에 대한 보상제도를 도입,
올해만 7백만마르크를 제안보상으로 지급했을 정도다.

이와함께 다양한 경영혁신 프로그램을 실천할때마다 노사 공동으로
추진키로 하고 그 성과도 공동배분키로 합의했다.

또 신규취업자를 모집할 경우 고령자를 우선취업시켜 사회적인 실업문제
해결에 기업이 앞서 나가기로 결정했다.

뮐하임공장의 이같은 경영혁신 추진은 성공적인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올해 비용절감 효과는 약1천2백만마르크인 것으로 집계됐다.

쉬프만의장은 "경쟁력 확보를 위한 인원 감축에는 동의하고 있으며 앞으로
노사가 공동으로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갖춘 회사를 건설하는데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회사의 존탁 인력사회국장은 "공장폐쇄와 새로운 기술도입등은 노조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 사항은 아니지만 근로자와 함께하는 개혁만이 성공할
수 있다는 경영진의 확고한 소신에 따라 모든 문제를 노사공동으로 추진
한다"고 소개한다.

만네스만의 노사는 보다더 효율적인 회사경영을 위해 유럽각국과 남미
등지에 분산된 모든 회사를 묶는 통합 종업원평의회 구성을 추진중이다.

노사가 동시에 신속한 의사결정을 하기 위한 것이다.

다국적 기업의 경우 개별기업의 노사관계 만으로는 급변하는 세계시장에
탄력적으로 대응할수 없기 때문이다.

쉬프만 의장은 "만네스만은 주주구성으로 형성된 주식회사이기 때문에
노사가 파트너로서 항상 대화해야 한다"며 "누가 소유주인가를 떠나
노사모두에 도움이 되는 일이 무엇인지에 관심을 기울인다"고 설명한다.

존탁 국장도 "사용자입장에서는 노조의 충고를 무시하고 단독결정을
선호할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는 독일의 법과 계약등 체계속에서 움직여 나가기 때문에
대화를 가장 중요하게 여긴다"고 지적한다.

노사가 상호협력을 통해 회사발전을 이룩해 나가려는 모습에서 만네스만의
미래가 더한층 밝음을 읽을 수 있었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3월 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