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건설시장 개방을 겨냥한 외국 유명 건설업체들의 잇따른 국내진출로
건설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특히 이들 외국 건설업체는 설계 감리 기획및 자금력등 국내 건설업계의
취약부문에서 막강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어 개방과 함께 급속한 시장잠식
이 불가피한 실정이다.

이같은 가능성은 이미 진출해 있는 외국기업들이 계획중인 주력사업부문
에서도 충분히 감지된다.

외국업체들이 국내 건설시장에서 관심을 보이는 분야는 주택 도로등 단순
시공분야보다는 기획 설계 금융 입찰 감리등으로 프로세스를 이루는 종합
엔지니어링 분야인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특히 쓰레기소각장 인텔리전트빌딩 장교(장교) 원자력발전소 정유등 화학
플랜트등 국내업체의 기술로는 버거운 사업의 설계 감리등은 이들 외국
건설업체들에 황금시장이 될 우려가 크다.

시공분야는 일본기업을 제외하고는 별로 관심을 보이지 않을 전망이다.

국내 건설시장의 하도급구조가 일본과는 유사하나 미국등 선진국의 구조와
확연히 다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외국의 경우와 같이 앞으로 정부가 민간기업에 택지조성권을 허용할
경우에는 상황이 달라진다.

이때는 도로 학교 상.하수도시설등 인프라시설을 건설한 후 주택을 제값에
판매하는 대단위 택지개발사업에는 많은 기업들이 관심을 가질 것으로
보인다.

이에따라 외국 건설업체들의 본격적인 국내영업을 앞두고 상대적으로 설계
감리등 고도 기술분야에서 취약성을 면치 못하고 있는 국내 건설업체들은
이들 외국기업의 하도급 업체로 전락하는 것이 아니냐는 위기감에 젖어
있다.

국내 건설업체들의 해외공사 수주고가 올해 1백억달러를 넘어설 전망이긴
하나 외국에 설계도면을 수출한 것은 그 사례를 찾기 어렵다는 것이 이를
입증한다.

해외에서 공사를 하는 대부분의 국내건설업체들은 외국 건설업체가 입안
기획 설계 감리하는 대형 프로젝트를 단순히 시공하는 하도급업체에 지나지
않는게 현실이다.

따라서 국내건설업체들이 무엇보다 우려하는 것은 시장개방으로 인해
이같은 현상이 국내 시장에서도 재현되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이같은 외국기업들의 본격공세에 대비, 대형 업체들을 중심으로 첨단기술
습득을 통한 수주경쟁력 강화에 나서고는 있다.

현대건설은 선진 건설기법 CM화(Construction Management)의 첫 단계인
공정관리 컴퓨터프로그램 "퍼트웨어2.5"를 개발, 싱가포르 선택시티 공사
현장등 모두 6개 해외현장에서 품질을 인정받았다.

또 대우건설은 감리업종을 특화하기로 하는 한편 일본의 가지마건설등과
기술제휴, 탈황설비 쓰레기소각장 건설사업에 주력키로 한 것도 이같은
움직임의 일환이다.

건설시장 개방을 눈앞에 둔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독자적인 설계기술의
축적과 자금조달 구조의 개선인 것으로 지적된다.

특히 쓰레기소각장 원자력발전소등의 첨단기술의 고부가가치 건축물에 대한
국내업계의 설계능력은 시공능력에 비해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취약해 이
부문에 대한 경쟁력 강화가 시급하다.

또 외국의 유명 기업들은 풍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토지주등 발주처에
개발자금을 조달해주는 혜택을 무기로 수주경쟁력에서 훨씬 우위에 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에따라 국내 시장개방을 계기로 건설산업에 대한 금융정책도 전면
재검토돼야할 것으로 건설업계는 주장하고 있다.

< 방형국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3월 1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