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해협의 긴장사태와 관련, 국내기업들은 큰 동요는 보이지 않고 있으나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대만지사와 수시로 연락을 취하면서 현지상황 파악에
주력하고 있다.

이들은 특히 이번 사태가 근본적으로는 중국의 장기적인 통일전략에서
비롯됐다고 보고 단기적인 사태추이보다는 국제정치역학까지 감안해 장기적
으로 중국의 통일문제가 어떻게 귀착될 지에 큰 관심을 보이는 분위기다.

삼성물산 해외업무실관계자는 이날 "현지영업에 당장 큰 차질이 빚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는게 대만지사의 보고"라며 "다만 그동안 대만지사에서 추진해온
소규모의 투자프로젝트는 상당기간 유보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회사의 또 다른 관계자는 "대만과 거래해온 외국기업중 일부가 오퍼를
한국쪽으로 돌리려는 움직임이 있으나 아직은 영향이 미미한 실정"이라고
전했다.

현대그룹은 이번 사태에도 불구하고 올해 대대만수출(8천4백만달러목표)에
큰 어려움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는 그러나 대만으로부터 수입할 예정인 조선용 후판의 조달에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을 우려해 제3의 예비공급선을 물색하는 등 사전대비책에
마련중이다.

(주)대우는 현지지사로부터 "수출품의 납기지연과 해상보험료의 인상이
예상된다"는 보고를 받고 대비책을 강구하고 있다.

이 회사는 특히 대만으로부터 주요 전자부품들이 수입되고 있어 납기지연
으로 인한 국내에서의 생산차질을 우려하고 있다.

LG상사 관계자는 "대만측과의 현지상담은 예정대로 진행되고 있으며
앞으로도 대만과의 수출입거래를 줄일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현지지사장에게 지사철수결정 등 모든
권한을 일임해 놓았다"며 "그러나 그같은 최악의 상황이 올 가능성은 희박
하다"고 전망했다.

한편 이번 사태로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받고 있는 해운업계는 24시간
비상대책반을 운용하는 등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다.

업계관계자는 "아직 하주들이 선적취소를 요구한 사례는 없는 것으로
안다"며 "다만 우회운항에 따른 운항비부담과 보험료인상조짐이 우려된다"고
전했다.

한편 해운항만청은 이날 대만해역을 운항하는 선박들에 대해 우회운항토록
한 "경고조치"를 별도지시가 있을때까지 연장했다.

< 임혁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3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