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수 < 대천실업 전무 >

한국은행은 금리와 통화라는 두마리의 토끼 잡기에 자신감을 피력하고
있다.

4.11 총선을 맞아 시중자금의 가수요가 팽배하더라도 통화성장률(M2 기준)을
연 15~16% 선으로 신축 운영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또 3월중 1조5,000억원 규모의 신규자금을 방출하고 총선 이후에도 급격한
통화환수는 없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눈을 돌려 내수시장을 돌아보면 사정은 매우 좋지 않다.

지난 1월 재고 증가율은 3년 4개월만의 최고치인 15.4%를 기록했다.

이에 비해 제조업 가동률은 80.7%로 극히 저조하다.

또한 1,2월의 무역적자 규모는 35억달러로 지난해 동기보다 9억달러가 많아
올 예상치의 절반을 이미 넘어섰다는 사실도 간과해서는 안된다.

이같은 상황에서 특히 우려되는 것은 거품뿐인 구매력 촉진, 총선 가수요의
일파만파인 것이다.

MIT의 노드하우스 교수는 정치적 경기순환론을 이렇게 말한다.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자주 실시되는 각종 선거 덕분에 투표실시전
몇개월간은 여러가지 창구를 통해 살포되는 선심성 선거자금 공급으로
풍성한 호경기를 누리다가 마침내 대단원의 막이 내리면 즉시 엄습해 오는
것은 물가고에 의한 정치적 인플레이션 뿐"이라는 것이다.

역시 정치가 경제를 절대 지배하는 사회적 구조는 우리에게는 이익보다는
손실이 많은 듯하다.

경제에 구김살을 주고 정부 예산 낭비를 초래하는 각종 선거가 1~2년마다
실시되는 상황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볼 필요는 없을까.

정부는 거의 1년6개월동안 지속된 9.5% 성장률의 고원경기와, 소비자물가가
4.9%라는 지극히 안정적인 선에 머물렀다는 것을 크게 홍보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 서민대중이 느끼는 체감물가는 그보다 훨씬 높다는 것은
주부들의 장바구니 물가를 통해 익히 알려지고 있다.

다만 통계치의 허와 실에 의해 낙관적인 발표를 한 것일 뿐으로 생각된다.

또 한가지의 고물가 요인은 임금상승이다.

94~95년의 총 임금상승률은 39%에 달했었다.

임금은 올라갈데까지 갔다.

문제는 3월중 경총과 노총간에 원만한 타결이 되지 않는 한 총공급 측면의
충격으로 10%이상의 물가 앙등요인이 또 생긴다는 점에 있다.

마지막으로 공공요금과 서비스요금이 들먹이고 있다는 것이다.

이 또한 경시 못할 부분이다.

이와 같은 총수요 총공급 측면의 요인을 분석해 보면서 다음과 같은 물가
대책을 건의하는 바이다.

첫째 총선에 즈음한 선심성 가수요를 최대한 억제해야 한다는 점이다.

둘째 통화성장률은 어떤 일이 있더라도 신축적으로 움직여서는 안되겠다.

즉 통화준칙(Monetary Rule)을 지켜야 한다는 것이다.

셋째 앞으로 경제의 어려움을 조금이라도 덜어주기 위해서 선거제도를
효율적이고 절약적인 방향으로 개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넷째 소비자물가 조사 과정에서 무작위 방식이 아닌 가급적 다량의 실증치
에 의한 측정으로 현실적인 체감 물가를 발표해야 하겠다.

다섯째 합리적인 임금체계를 위해 연공서열이 아닌 능력주의에 의한
인센티브 임금체계를 모든 기업체에 권장해야 하는 것도 한가지 방안이다.

여섯째 어려운 시기에 공공요금 서비스요금 임금의 인상을 자제토록 정부의
설득이 요구된다.

이 모든 대책이 실효를 거두려면 민-관 경제주체 각각의 노력이 필요하다.

고성장 이후에 오는 필연적인 여러가지 부작용중에 최대 악재인 인플레
기대심리를 막는데 온힘을 다해야 한다는 것이다.

삶의 질을 높리기 위해서는 인내와 절약이 필요하다는 말은 아무리 강조
해도 지나치지 않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3월 12일자).